[인문사회]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56분


◇'불신받는 정부' 그 이면엔…

조셉 S 나이 외 편저 박준원 옮김

423쪽 1만8000원 굿인포메이션

구조조정, 의약분업, 교육정책, 교통정책…. 둘러보면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만도 하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의 정도는 사회의 빠른 변화에 정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처하는가에 달려 있지만 이미 사회도 정부조직도 너무 복잡해졌다.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경제정책의 실패,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성향, 정부의 비리를 들춰내는 언론의 경쟁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조셉 S 나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정책대학원 원장은 전문가들과 함께 자유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정부를 믿지 않는 이유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업무영역과 개인영역의 충돌을 지적한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와 세계 경제 체제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상승하는 반면 개인주의적인 성향 속에서 국민 개개인의 영역은 철저히 보장받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세계화로 인한 지구촌 경제 체제에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해 주기를 기대한다. 또한 가족 해체의 급속한 진행은 교육이나 범죄문제 등에 관한 정부의 책임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개인의 사생활을 점점 더 중시하는 풍토 속에서 국민은 정부의 업무영역이 지나치게 팽창되어 개인 영역에 침투하는 것에 저항한다. 이들은 시대와 맞지 않는 정부 형태가 국민의 불신을 조장한다고 비난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정부에 대한 ‘요구’는 커지면서도,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오래 누적된 탓에 정부가 이를 이뤄줄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는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만으로 그 복잡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 언론적 변수들을 다 밝혀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이 이용하는 각국의 다양한 자료들은 한국의 정치 현실을 해석하는 데도 참고할 만하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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