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한화 김종석 무서운 '늦바람'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36분


‘김종석을 아십니까.’

병사는 자기를 알아주는 장수에게 충성을 다하기 마련이다.한화 이글스 ‘미완의 대기’ 김종석(30). 프로 신인 때 처음 인연을 맺었던 한화 이광환 감독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연일 불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김종석의 시즌 초반 성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12일 현재 타격 1위(0.467) 타점 1위(12개) 최다안타 1위(14개) 장타율 1위(0.933) 득점 1위(10점)에 오르며 순위표 꼭대기를 휩쓸었다. 홈런도 2개로 5위이며 출루율도 4위(0.500).

김종석은 더블 헤더로 벌어진 12일 잠실 LG전에서 10타수 5안타 4타점 5득점의 화끈한 타력을 과시했다. 그의 물오른 공격력을 앞세운 한화는 거침없는 기세로 5연승을 질주, 두산 삼성과 5승2패로 공동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김종석이 이처럼 늦깎이 활약을 펼치기까지는 굴곡이 많았다. 89년 당시 OB사령탑이던 이광환 감독은 김종석의 타격 소질을 높이 사 직접 뽑았단다. 91년부터 이감독이 LG 감독을 맡으면서 더그아웃을 마주보고 싸우는 처지가 된 김종석은 95년 116경기에 출전, 타율 0.299로 반짝했다. 하지만 그 후 부상과 군 문제가 겹쳐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해 6월 한화로 둥지를 옮겼으나 주로 대타 신세였다.

그런 김종석이 옛 스승 이광환 감독이 한화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제2의 야구인생을 힘차게 걷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충실한 동계훈련을 소화했으며 시범경기에서도 호쾌한 타구를 뻥뻥 날려 주목을 받았다. 이 감독은 “어려운 일도 많았고 마음 고생도 심했지만 한결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워낙 성실하고 야구밖에는 모를 정도여서 기대가 크다”고 칭찬했다.

좌절에 빠져 야구를 포기할 마음까지 먹었다는 김종석은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음지에서 묵묵히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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