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CEO열전]유순신 유니코써어치 사장

  • 입력 2001년 4월 12일 18시 52분


1979년, 대학을 갓 졸업한 미혼여성 유순신은 대한항공의 신참 스튜어디스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해외여행 기회가 흔치 않던 시절, 미국 뉴욕에 도착한 그에게 월스트리트의 역동적인 분위기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자신 또래는 물론 30∼40대 여성들이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해결하며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귀국후에도 좀처럼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한국에도 여자가 일하는게 당연한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1∼2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 ‘좋은 남자’ 만나면 회사를 그만두고 살림만할 생각이었거든요. 인생 계획을 다시 짜게 됐고 더 좋은 일터를 구하기 위해 이력서도 새로 썼습니다”

헤드헌팅 업체인 유니코써어치의 유순신(劉純信·44) 사장은 첫 인상부터 자신 만만하다. 세련된 매너와 유창한 화술, 폭넓은 대인관계, 추진력 등 헤드헌터가 갖춰야할 장점을 두루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로 직장생활 23년째인 그는 프랑스와 미국계 회사를 거쳐 92년부터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다. 유니코 써어치의 상무와 부사장을 거쳐 올 3월 공동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한국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는 헤드헌터중 한명이다.

요즘 유사장의 주요 관심사는 벤처기업에 전문 경영인과 엔지니어를 소개해주는 작업. 벤처행 열풍이 한풀 꺾이고 대기업으로 U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유능한 인력들이 벤처기업에서 능력을 발휘할 여지는 더욱 넓다는 설명.

“지금이 네 번째 직장인데 소중하지 않은 경험은 없더군요.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일수록 나중에 돌이켜보면 남는게 많아요”

결혼과 함께 항공사를 그만둔 뒤 프랑스 프라마톰사에 취직했지만 이 회사의 한국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돼 직장을 잃었다. ‘외부요인에 의해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는’ 직장인의 비애를 절감한 기억이 구직자와 기업 사이에 다리를 놓는 헤드헌터가 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최근 펴낸 ‘변화의 두려움을 사랑하라’(풀빛)에서 전직이나 이직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경력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한다.

실제로 성공 또는 실패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항목마다 평가 리스트를 붙여 직장인들이 스스로 자질을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유사장은 “직장을 바꾸거나 새로 취업하려고 할 때는 자신의 적성과 체질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외국기업 체질인가, 한국기업 체질인가 △벤처 기업형인가, 대기업형인가 △창업이 적합한가, 고정급여를 받는 샐러리맨이 맞는가 등을 파악한 뒤 행로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 예컨대 시스템이 뒷받침되는 대기업에 익숙한 사람은 모든 것을 혼자 처리해야 하는 벤처기업에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유사장은 “한국에서 여자가 40대까지 현직에서 일하는 것은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 비결은 구석 대신 중앙을 누비고, 수비 대신 공격을 택하는 사고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개미처럼 일하되 주말은 철저하게 자신과 고교 2학년인 아들을 위해 쓰는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

▲유순신은 누구…

―1957년생.

―성신여대 불어교육과 졸업, 헬싱키경제경영대학원 석사.

―대한항공 승무원(78년), 프라마톰코리아 행정관 보좌역(82년), NCH코리아 세일즈매니저(89년)

―유니코써어치 헤드헌터(92년), 유니코써어치 대표이사 사장(2001년)

―‘나는 고급두뇌를 사냥하는 여자’ 출간(97년). ‘어떻게 억대연봉자가 되었는가’ 공동발간(99년)

―삼성 LG 한국가스공사 등 기업체에서 직장인의 경쟁력강화 방안에 대한 강의로 인기.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주변에 사람이 모인다 (결혼식때 친구 하객이 너무 많이와 사진을 한번에 다 찍지 못함)

―좌우명:일할때는 개미처럼, 쉴때는 인간답게.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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