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패트롤]"못생긴 사람은 인터넷도 못하나?"

  • 입력 2001년 4월 12일 14시 36분


"못생긴 사람은 채팅도 못하나"

여자 대학생 강모씨(21)는 얼마전 화상채팅방에 들어갔다가 예쁘지 않다는 이유로 강퇴(강제퇴장)를 당했다.

며칠전 강씨는 학교 근처 PC방에 들러 화상채팅을 시작했다. 강씨가 들어간 방의 개설자(방장)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정장차림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얼굴이 통통한 편인 강씨가 들어가자 방장은 대뜸 "방금 승차하신..아주머니.. 차비 돌려 드릴테니 나가주세요"라며 나갈 것을 요구했다.

방장의 무례한 말에 화가 난 강씨는 "왜 사람을 얼굴로만 평가하느냐" 며 항의했지만 방장은 막무가내였다. 강씨와 방장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비교적 '미인'축에 속하는 20대 초반의 여자가 들어오자 방장은 "물이 좋아진다"며 '공주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급기야 대화방에 있던 남자들까지 가세해 외모만 따지는 방장의 태도를 비난했지만 결국 모두 강제퇴장(강퇴) 당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사이버 공간에도 '외모 제일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PC 카메라를 이용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채팅할 수 있는 '화상채팅' 사이트인 오마이러브, 조이천사 등에 개설된 대화방의 제목(방제)은 온통 외모를 강조하는 말로 가득 차 있다. '퀸카 아니면 강퇴' 'A급 상품만 환영' '잘생기지 않으면 오지마요' 등 노골적으로 외모를 따지는 방들이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PC 카메라 앞에 서기 전에 화장을 하는 사람도 생길 정도다. 또 PC 카메라의 특성상 화면이 작고 어둡게 나오기 때문에 '밝고 예쁜 화면'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조명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다. 화상채팅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다음에 만든 카페에는 '화상채팅에서 예쁘게 보이는 화장법'에 대한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네티즌들의 외모 중심적인 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외모가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내면을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PC통신 넷츠고의 한 회원은 "PC 통신망에서 하는 문자 채팅은 정말 내면적으로 상대방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며 "외모는 그야말로 가죽 한 꺼풀에 불과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종우<동아닷컴 기자>he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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