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대성그룹 계열분리 합의

  • 입력 2001년 4월 11일 18시 45분


2개월 가까운 대성그룹 형제들간의 재산 다툼이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올 2월 창업주 별세 직후부터 불거진 재산 싸움은 11일 3형제가 “원칙대로 계열분리한다”고 합의함으로써 고비를 넘기게 됐다. 특히 그룹 사장단으로 8인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인 지분정리안을 마련키로 결정, 늦어도 이달 안에 ‘대성 3형제’의 분란은 매듭지어질 전망이다.

▽주식가격 산정이 발단〓수도권과 대구지역에서 ‘대성연탄’이라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대성은 에너지 전문 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회장이 1947년 대구에서 창업, 16개의 에너지 전문계열사로 키웠으며 작년 매출 2조원의 알짜 중견그룹.

김회장은 작년 10월 장남 영대(63), 차남 영민(56), 삼남 영훈씨(52)에게 후계구도를 밝혔다. 장남은 그룹의 모회사인 대성산업을, 차남은 서울도시가스를, 3남은 대구도시가스를 맡는 형태로 그룹을 재편하기로 한 것.

그러나 김회장 별세 후 계열분리를 위한 주식이동과정에서 넘겨야 하는 주식의 가격산정을 놓고 3형제는 의견충돌을 빚었다. 대성산업의 서울도시가스 주식 26%와 대구도시가스 주식 63%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하라는 김영대 회장의 요구가 발단이 됐다. 그러나 “합의문까지 작성해놓고 이제와서 2, 3배 높게 값을쳐서 내라는 것은 곤란하다”는 동생들의 항의로 분쟁이 본격화됐다.

▽지분매집 경쟁까지 벌여〓김영대 회장은 동생들의 항의에 맞서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성산업주식 끌어모으기 경쟁으로 비화돼 두 동생이 우호지분을 포함, 21% 가량의 대성산업지분을 확보해 13.95%를 가진 김영대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데 이르렀다. 이 와중에서 주당 1만9000원대의 대성산업 주식이 한달 만에 3만원으로 뛰었다. 마침내 그룹의 임원들이 나서서 화해를 종용했고 3형제는 11일 “부친의 뜻을 받들어 원칙대로 계열을 분리한다”는 데 합의하고 불협화음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내 매듭짓는다〓대성그룹측은 “그룹 계열사 사장 및 전무들로 구성한 8인위원회와 계열사 실무위원회가 이번주부터 지분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성측은 또 “대성산업 등 3개 회사가 모두 상장회사여서 대주주 마음대로 주식가격을 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간에 이견이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이 밖으로는 형제간의 갈등으로 확대해석됐다”며 “별다른 마찰없이 곧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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