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성경륭/日 역사왜곡 강도높은 비판 속 후련

  • 입력 2001년 4월 6일 18시 51분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리처드 로즈크랜스 교수는 최근 출간한 가상국가의 등장 이라는 책에서 세계화와 정보화의 급진전에 의해 앞으로 많은 국가들이 영토국가에서 가상국가로, 육체국가에서 두뇌국가로 전환할 것이라는 중요한 명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오마에 겐이치와 존 나이스빗 같은 경영 컨설턴트는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전되면 세계적 수준의 상호 의존성이 증진되는 데 반해 역설적으로 기존의 거대 국가들은 소규모의 지역국가나 더 작은 종족국가로 분열 해체될 것이라는 대담한 주장을 개진했다.

그러나 지난 한 주 동안 진행된 세계 정세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이런 전망이 타당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가상국가, 두뇌국가의 선봉장격인 미국과 일본이 철저하게 영토국가적 입장에서 강한 패권주의적 경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세계적 수준의 통합성의 증진에도 불구하고 강대국들은 신냉전적 대결의 조장을 통해 국가의 건재를 과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세계인들의 기대에 역행하는 미국과 일본의 행태에 대해 동아일보는 기민한 반응을 보였다. 먼저 미국의 기후협약 파기에 대해서는 3월 31일자 A5면 사설에서 그 부당성을 분명히 지적하였다. 미군 정찰기와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건에 대해서는 4월 2일자 A13면에서 사실보도를 하였고, 그 후 3일자 A1면과 A13면에서 상세한 해설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4일자 A14면에서는 미중 갈등의 심화 양상을, 5일자에서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을 사설과 A13면 해설기사에서 자세히 분석했다.

일본 정부의 역사교과서 왜곡 사태에 대한 동아일보의 대응은 특히 돋보였다. 동아일보는 4일자부터 A1면의 사실 보도와 함께 A3, A4, A5면에 상세한 해설기사로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사설에서는 일본 정부의 몰역사성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5일자에서는 A1면의 주한 일본대사에 대한 정부의 항의 기사와 함께 A4면과 A12면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 회피를 낱낱이 비판하고 있다. 6일자 A1면과 A3면에서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약한 데 대한 비판적인 기사를 싣는 등 기민한 대응자세를 보여줬다.

한편 국내문제에 대한 보도에서 돋보인 것은 동아일보가 창간 81주년 특집으로 2일자부터 싣고 있는 교육이 희망이다 라는 주제의 기획 기사이다. 또 동아일보는 3월31일자 이후 신문고시 부활문제, 의보재정 파탄을 가져오고 있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의 파행적 행태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보도를 계속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웠던 것은 과다한 필수 교과목과 입시 위주의 교육이 교육문제의 핵심이라는 점, 언론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언론의 자기혁신 노력도 필요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누가 진료와 처방을 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근본적인 쟁점이라는 점을 독자들에게 보다 정확하게 이해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성경륭(한림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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