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서울시 도시개발계획 겉돈다…자치구,민원 의식 결정 미뤄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9분


“합리적 도시 개발의 기준을 따라라.”

“무슨 소리, 상업지역을 대폭 늘려야 한다.”

서울시의 도시 개발 지침이 겉돌고 있다. 서울시가 합리적인 토지이용과 도시 미관을 높인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역 주민의 민원과 세수 확보에 비상이 걸린 일선 구청에는 ‘쇠귀에 경 읽기’인 것.

손발이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는 지구단위계획 결정 과정. 계획적인 도시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세워진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구역중 구역지정후 1년이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계획결정 절차가 끝나지 않은 곳이 전체 190곳의 44%인 83곳에 달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도시계획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행령 개정일 이전에 구역 지정이 끝난 지구단위계획에 대해 내년 6월30일까지 지구단위계획 결정이 되지 않으면 구역 지정 자체의 효력이 없어진다. 지구단위계획은 토지이용을 합리화하고 도시미관을 증진시키기 위해 종전의 도시설계와 상세계획을 합친 것.

서울시 관계자는 “계획수립이 차질을 빚은 것은 일선 구청에서 주민 민원을 의식해 지나치게 많은 지역을 상업지역으로 해달라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계획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구역 지정이 무효화되면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 체계적 개발을 위해 용적률 기준을 강화한 의미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올해 안으로 동대문, 한남, 남현 구역 등 남은 지구단위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선 구청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시가 현장의 분위기를 도외시한 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용적률 감소의 손해를 보고서 지구단위계획에 편입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게 도시계획법의 기본 취지”라며 “그런데 아무런 유인책없이 무작정 손해를 감수하라면 누가 따르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지구단위계획 지정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겠느냐는 회의론이 급속히 퍼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나홀로’ 아파트를 막기 위해 이를 지구단위계획에 편입시켜 용적률 기준을 강화하려는 서울시의 조치에 성북구 등 일선 구청이 강하게 반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한편 일부 재개발구역에서 엄격한 용적률 상한선(220%)이 적용되는 재개발사업 방식을 피해서 편법으로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도심내 한 상가의 경우 재개발사업으로 시행하면 재개발기본계획상 건축기준을 적용받아 용적률 800%, 10층 이상은 짓지 못하게 되자 ‘편법’으로 일반건축허가를 받아 용적률 855%로 개발규모를 늘렸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구역의 난개발로 공공시설 부족과 도시경관 훼손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재개발구역내 사업시행에 대해 인허가 행정의 통일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결정 현황
구 분 전체구역수(면적)계획 결정 구역수계획 미결정 구역수
소 계자치구 수립중(용역 미착수 포함)결정 진행중
190(4520.5만㎡)107834241
강 북 86(1644.6만㎡)46401426
강 남 104(2875.9㎡)6143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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