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한부신 부도 2개월,해법 못찾고 허송세월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34분


부도가 난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에 대한 후속 대책이 지지부진해 피해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한부신이 최종 부도처리된 날은 2월2일. 그러나 채권단은 같은 달 27일 채권 행사를 6개월간 유예하는 ‘사적화의’에 들어가기로 결의, 일단 8월말까지 시간을 벌어놨다. 그러나 사적화의 1개월이 넘도록 해결책 마련에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3600여 상가 입주예정자와 5000여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피말리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부신이 진행해온 사업장은 모두 65건. 이 중 분당테마폴리스 등 29건의 아파트 및 주상복합건물 상가건물 등이 바로 문제사업장이다. 이 가운데 아파트는 7건. 지난달 15일 입주할 예정이던 경기 용인시 솔레시티아파트 공사조차 마무리 공사를 마치지 못한 채 공정 95%선에서 진전되지 않고 있다. 공사중인 아파트에 대한 대책은 건별 매각작업을 거쳐 새 건설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는 것. 아직 매각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아파트 입주자에 대한 대책은 8월말까지 어느 정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부신 처리의 가장 큰 현안은 사실 분당 테마폴리스다. 최종 부도나 사적화의가 시작될 당시에 비해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해결책을 거의 찾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한부신은 테마폴리스 공사를 맡은 삼성중공업에 1200억원 가량의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했으며 838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를 맞았었다. 성남시의 시외고속버스터미널 이전이나 지하 1층 환기시설 설치작업 등 해결방안이 자금난과 당사자들의 이해가 엇갈려 2개월 가까이 전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건교부와 성남시는 지난달 모란시장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운행중인 고속버스 터미널을 3월말까지 분당테마폴리스로 옮기기로 하고 버스사업자들에게 사용료와 관리비 등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등의 ‘당근’을 제시했었다. 그러나전체 버스 563편(1일) 중 테마폴리스로 이전할 버스는 64편에 불과해 버스사업자들이 선뜻 이전하지 않고 있다.

건교부와 성남시는 또 당초 ‘야간 주차장’으로 사용하려던 지하 3, 4층도 상가시설로 용도를 변경해 상가 규모를 키움으로써 분양을 유도하고 있으나 이 같은 용도변경에 따른 시설변경에도 1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부신으로서는 지하 1층 환기시설과 지하 3, 4층 시설변경 및 버스사업자에 대한 지원 등을 해야 상가를 정상화시킬 수 있으나 전혀 여력이 없는 상태다. 건교부 관계자는 “공기업인 한부신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한부신의 자금난을 푸는 첫 단추가 끼워지지 않는 한 사적화의 기간이 끝나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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