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매위기 '양양실버타운' 갈곳 없는 노인들

  • 입력 2001년 4월 1일 22시 08분


“살아도 여기서 살고,죽어도 여기서 죽을 겁니다.”

지난 96년 10월 국내최대의 유료노인복지시설로 출발한 강원 양양군 현남면 사회복지법인 세웅실버의 ‘보리수마을’에 입주해 있는 노인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이다.

세웅실버가 경영비리와 자금난으로 인해 사실상 파산상태에 직면, 4년6개월만에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전재산을 내고 들어온 노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1일 보리수마을에 입주해 있는 180세대 230여명의 노인들에 따르면 지난 2월말 농협중앙회가 대출금의 원금과 이자 등 75여억원의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보리수마을의 전재산에 대해 경매를 신청했는데 경매가 진행될 경우 입주노인들의 장래는 암담하다는 것.

보리수마을은 지난 96년 360세대 수용규모의 유료노인복지시설로 출발, 현재까지 1인당 입주금 5500∼7000만원과 사망시까지의 생활유지비 등 최고 1억1000만원을 받고 60세 이상 노인 230여명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입주노인들에게 전세권 등 등기부상 권리를 설정해주지 않아 문제가 잠복해 있었다.

이후 지난 99년 보리수마을의 임원진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입주보증금과 생활유지비 등을 횡령한 혐의로 연이어 구속되는 등 이미 3년전부터 실질적인 파산상태가 지속돼왔다.

채권은행인 농협중앙회와 채권자들에 따르면 보리수마을의 재산평가액은 잠정적으로 121여억원에 불과하나 채권액은 농협 75억원과 공사비 등 270여억원에 이르며 입주노인들의 입주금 생활보증금까지 합하면 무려 420여억원에 달한다.

입주노인 오동술(吳東述·84)씨는 “지난 96년 집을 팔아 입주금으로 5500만원, 그리고 우리 부부의 평생 생활유지비 6000만원 등 1억1500만원을 내고 입주했다”며 “6남매가 있으나 재산을 남겨주지 않고 이곳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자식들이 외면하고 있어 갈데가 없다”고 울먹였다.

또 천학범(千學範·76)씨는 “평생 먹여주고 치료해준다고 해서 전재산 8500만원을 내고 여생을 이곳에 맡겼다”며 “심장수술을 하는 등 몸도 아파 이곳에서 죽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보리수마을에 대해 경매를 신청한 농협측은 “지난 95년 6월부터 대출된 50억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이자만 눈덩이처럼 쌓여 경매를 신청했다”며 “만약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받게 될 경우, 최고 5500만원이라도 찾아가는 노인이 상당수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관청인 양양군은 “현재 보리수마을에 새이사진이 편성돼 정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문제가 발생한 후 추가 입주하려는 사람마저 끊겨 자금난에 봉착했다”며 “입주노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채권자와의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양양〓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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