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은 주총장에서 사장을 뽑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적당한 인물이 없기 때문 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 는 딴데 있었다. 4월1일의 정부 차관급 인사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비공식적인 설명이었다.
즉 재경부와 그 외청의 차관급 인사가 마무리돼야 이들 기관의 사장으로 내려갈 공무원이 결정되기 때문에 낙하산을 기다리며 자리를 비워둔 것이다.
이에 앞서 대한투자신탁도 3월 20일 정기주총에서는 사장 선출을 미뤄뒀다가 재경부 출신의 김병균 전 기술신용보증기금이사장이 신임사장으로 내정된 뒤에야 요식절차를 밟기 위한 임시주총을 다시 열었다.
증권예탁원이나 증권전산에 정부 지분은 전혀 없다. 증권거래소가 대주주이며 거래소는 증권사들이 회원사이다. 따라서 사장 선임권은 증권사 및 거래소의 권한이다. 정부는 선임된 사장에 대한 승인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법적인 권한이야 어찌됐건 정부가 사장을 뽑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워낙 오랫동안 굳어져 요지부동이다. 당하는 쪽에서 '알아서 기는' 모습에도 변함이 없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소한 형식적으로라도 낙하산 인사를 숨기기 위해 애써야 할 것 아니냐" 며 "조금이라도 세상의 눈을 의식한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느냐" 고 개탄했다.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증권금융 등도 올해 사장 임기가 만료된다. 이들 기관은 사장임기가 재경부 인사후에 만료돼 외견상 이같은 볼썽사나운 꼴은 보이지 않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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