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계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

  • 입력 2001년 3월 30일 19시 01분


◇세계사의 전설, 거짓말, 날조된 신화들/리처드 솅크먼 지음/ 임웅 옮김/320쪽, 1만원/미래M&B

전설적인 미인 클레오파트라의 헤어스타일은 어땠을까? 1963년 제작된 영화에서는 앞머리를 가지런히 자른 클레오파트라(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등장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헤어스타일은 불가능했다. 가발이라면 몰라도. 고대 이집트의 풍습은 머리를 빡빡 밀고 꼬불꼬불한 곱슬머리 가발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사상가인 파스칼 등 많은 인물들은 또 그녀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사가 달라졌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의 애인이었던 안토니우스가 그녀를 위해 만든 로마 동전을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동전 속 클레오파트라는 보기 흉한 매부리코와 살이 쪄 도톰한 얼굴이기 때문이다. 매부리코가 조금 낮아지면 오히려 더 미인이 되지 않을까. 하여튼 당시 미인의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요즘 미인과는 거리가 멀다.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배고픈 군중에게 “빵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그의 ‘철없는’ 말은 죽음에 쏠리는 동정심마저 빼앗아간다. 학자들은 앙투아네트가 했다는 이 말의 근거를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허사였다. 루소의 ‘고백록’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젊은 공주가 그 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이다.

역사에서 진실과 거짓은 무엇인가?

이 책은 고정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지는 세계사의 주요 인물과 사건에 대해 흥미로운 ‘꼬집기’ 또는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방송 기고가인 저자 리처드 솅크만은 “신은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역사가는 바꿀 수 있다”는 말로 이 책의 정신을 설명한다.

트로이 전쟁에서 2차 대전까지 소크라테스, 네로, 코페르니쿠스, 나폴레옹, 히틀러 등 세계사의 물줄기를 좌우한 인물들에 대한 신화도 도마에 오른다. 체계적인 연구가 뒷받침된 전문 연구서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해석과 주장이 많다.

마지막장인 제12장 ‘할리우드가 역사를 만든다’는 역사를 대중화시키는 한편 왜곡에도 한몫해온 영화 속의 역사 오류를 소개한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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