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에는]홍형덕/전라우수영 복원은 민족적 과제

  • 입력 2001년 3월 29일 18시 47분


지금의 전라남도 해남 일대에 있었던 조선시대의 전라우수영은 서남해안의 한중일 극동 항로의 요지였다. 경상도 충청도 황해도 등 다른 곳의 수영(해군기지)이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니고 존폐를 거듭한 것과 달리 전라우수영은 세종 22년(1440년)에 처음 설립된 이래 갑오경장(1894년)으로 폐지될 때까지 한 곳에서 국방의 중책을 담당한 뜻깊은 유적이다.

전라우수영은 임진왜란 때 조선 정벌을 위해 출동한 일본의 함대 133척을 조선 수군의 패잔선 12척으로 침몰시킨 유명한 명량대첩의 본산이다. 명량대첩은 우수영 앞바다 울돌목 의 특이한 지세와 서남해안 및 도서지방 주민들의 합심협력,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전술 지휘가 어우러져 이룩한 장거였다.

7년 대란에서 나라를 구해낸 최후의 결전이자 세계 해전사에 기록될만한 민족의 자긍심이 깃들어 있는 이 역사의 현장은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전쟁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양 진영의 냉전체제를 거치면서 잊혀진 채 이땅의 서남단에 방치돼왔다. 생각해 보면 독립기념관 못지 않은 호국관을 세울만한 유적이 제대로 보존되지 못한 채 훼손된 것이다. 이대로 두면 마지막 형해마저 사라질 지경이다.

최근 행정당국은 뒤늦게 나마 그 보존의 심각성에 눈을 떠 복구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구체적 조치는 여전히 미미하다. 그 역사적 의의에 대한 평가도 소홀한 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우수영의 허물어진 빈터에는 아직도 옛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 많다. 학술적인 지표조사를 통해 당국이 복구 노력을 기울인다면 원형을 고증하고 복원하기에 아직도 늦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옛날 당당했던 영청과 성벽, 누정, 계선장 등 조상의 얼이 배어 있는 유적을 지금처럼 단순한 놀이터나 둘러보는 관광지로 방치하고서는 민족정신을 감히 말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민족의 자부심와 자긍심을 위해 하루 빨리 전라우수영의 원형을 복원하고 이를 민족의 성지로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하여 후세를 위한 산 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는 민족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국민정신을 드높이는 측면에서도 중요하고도 엄숙한 과제다.

홍형덕(충무공명량대첩유적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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