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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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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바둑협회 첸주더(陳祖德) 9단은 최근 목진석 5단, 서봉수 9단 등에 이어 유창혁 9단까지 중국바둑리그(위기연새·圍棋聯賽)에 출전하게 된 것에 대한 중국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는 한국의 유명 기사들이 진출한 중국바둑리그의 독특한 시스템이 앞으로 바둑 대회의 방식을 크게 바꿔놓을 것이라는 의미였다.
기존 바둑대회는 신문사나 기업이 상금을 걸고 대회를 열어 우승자를 가리는 방식. 1대 1의 개인전이 기본이고 기사들의 주 수입은 대국료와 상금이다.
하지만 중국 바둑리그는 이같은 틀과 크게 다르다.
우선 한 기업체가 도시에 대한 연고를 갖고 운영하는 스포츠 구단처럼 바둑 구단을 만든 뒤 기사를 스카웃해 리그에 출전시킨다. 각 팀은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1년 동안 대국을 치른다. 중국 바둑리그는 갑조와 을조로 나뉘며 갑조 리그는 12팀으로 각 6명의 프로기사를 보유할 수 있다. 매 라운드 4대 4 단체전으로 치르며 이기면 2점을, 2대 2로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얻는 식으로 축구 경기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도합 22번의 라운드를 치른 뒤 최종 승점이 높은 팀이 우승하는 식이다. 지난해는 충칭(重慶)팀이 17승 4무 1패로 2년 연속 우승했다.
이는 프로 축구나 야구의 대전 방식과 동일한 것. 프로기사들의 주 수입도 우승 상금에서 스카우트 비용 내지 연봉 개념으로 바뀐다.
99년 장쑤성(江蘇省)의 장링자동차회사에서 160만위안(약 2억4000만원)으로 스폰서를 맡으면서 출범한 바둑 리그는 단체전의 박진감과 지역연고라는 메리트 등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은 웬만한 도시나 성(省)에 바둑 구단이 모두 갖춰져 있으며 총 스폰서 비용이 1000만위안(약 15억원) 가량이나 된다. 중국 돈 가치로는 엄청난 규모. 중국 바둑리그가 한국 기사들을 용병으로 수입하게 된 것은 이같은 폭발적인 인기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대회 운영방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기사는 “기존 대회 방식으로는 몇몇 기사가 우승을 독점하는 경향이 짙어 팬들이 식상하기 쉽다”며 “하지만 새 방식은 전력의 균형이 중시되고 트레이드나 용병 수입을 통한 전력 보강이 가능해 승패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더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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