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韓銀 "정부는 통화정책 간섭말라"

  • 입력 2001년 3월 28일 18시 26분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경제 회생방안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갈등을 빚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기진작을 위해 콜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자 금리조정권을 갖고 있는 한국은행은 “정부는 통화정책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훈수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한은은 2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한국은행은 어떻게 다른가’라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금리나 통화량 등에 대해 자주 언급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금리를 낮추더라도 효과가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행정부는 FRB의 통화정책에 대해 공개적인 평가나 언급을 자제하고 FRB도 물가안정 업적을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FRB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확고하다고 밝혔다.

한은의 이같은 반발은 진념(陳稔)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강봉균(康奉均) KDI원장이 최근 들어 금리인하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강 원장은 27일 “최근 한은은 물가안정에만 급급해 경기문제는 2차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부총리도 21일 능률협회 조찬강연에서 “미국경제가 경착륙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도 4%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며 금리인하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킬 필요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보고서는 FRB가 99년 금리를 수차례 인상했을 때 클린턴 행정부는 재무장관과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 공동명의로 “행정부는 FRB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FRB가 취하는 조치를 승인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내는 등 독립성을 지켜주었다고 밝혔다. 이런 독립성을 바탕으로 FRB가 물가나 경제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금리를 미리 조정하는 ‘선제적 통화정책’을 실시함으로써 10년간의 장기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