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실속파들의 명소, 도쿄 나카노의 브로드웨이 플라자

  • 입력 2001년 3월 28일 16시 52분


일본이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만화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은 이제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전국의 어느 도시를 가도 만화 전문서점이나 애니메이션 전문숍을 발견할 수 있고, 곳곳에서 만화와 관련된 많은 행사들이 열린다.

도쿄의 나카노(中野)에 있는 '브로드웨이 플라자'는 그런 만화와 애니 전문점들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은 단지 새로운 작품을 구할 수 있는 것 외에 일본 특유의 다양한 만화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뿌리 깊은 역사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만화문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느낄 수 있는 나카노의 '브로드웨이 플라자'를 소개한다.

1. 일본 만화문화의 아이콘, 만다라케

나카노는 도쿄에서 약간 변두리에 위치한 부도심이다. 역을 나서면 바로 앞에 '산-모르(Sun Mall)'란 일본식 쇼핑 아케이트가 있다. '브로드웨이 플라자'는 이 선-몰 안으로 쭉 걸어 들어가면 나타난다.

원래 '브로드웨이 플라자'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전문 상가는 아니다. 하지만 2층과 3층의 좁은 상가 안에 전문점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상권을 형성했다.

이곳을 만화와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 추천하는 첫 번째 이유는 중고만화 전문점 '만다라케'가 있기 때문이다.

만다라케는 '망가노모리'와 함께 어지간한 만화 애호가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화전문서점이다. 이제는 일본 만화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된 만다라케는 원래 후루카와 마스조(古川益藏·49)라는 SF 만화가가 77년 문을 연 2평의 가게가 시초.

사장이 직접 전국을 떠돌며 가치있는 중고만화를 수집해 만화 애호가들에게 팔면서 급성장했다. 지금은 도쿄의 시부야와 오사카 후쿠오카에 지점이 있으며, 미국 로스앤젤리스에도 점포를 냈다. 나카노의 '만다라케'는 이 체인의 본점이다.

가게의 깔끔함이나 규모로 보면 시부야점이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굳이 나카노 본점을 권하는 이유는 가게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 3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앞에 노란색 '만다라케'의 간판이 보인다. 좁고 어두운 복도에 각종 잡동사니를 붙인듯한 특이한 모양의 장식이 눈에 띤다. 가게 않은 만화책이 가득찬 서가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아예 복도까지 서가를 내놔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고르도록 하고 있다.

이곳의 장점은 일본 현지 서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만화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책을 깨끗이 보기 때문에 어지간한 책들은 절반 이하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책을 다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소장 가치가 있는 희귀본들은 부르는 것이 값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초기본이나 70년대에 나옴 몇몇 책들은 우리 돈으로 수천만원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한 층을 내려가면 만화 캐릭터나 주인공들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장난감과 완구를 전문으로 파는 만다라케의 다른 매장이 있다. 어림봐도 30년은 족히 넘었을 <철인 28호>의 양철 완구가 만만치 않은 가격표를 붙이며 전시되고 있고, 그밖에 <마징가Z> <루팡3세> <데빌맨> 등 일본 만화의 많은 스타들을 완구로 접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도 중고 완구를 원래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다. 특히 7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낸 386세대라면 이곳에서 초등학교 시절에 어린이 만화 잡지나 TV를 통해 봤던 애니메이션 속의 주인공들을 접할 수 있다.

예전에 나온 골동품 완구까지 팔다 보니 이곳에는 젊은 신세대 외에 30대 이상의 아저씨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캐릭터 완구들을 담는 모습으로 바구니 가득히 담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 지금이 일본에서 중고 LD를 사는 최고의 호기!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빨리 DVD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기존에 비디오와 함께 영상 소프트를 양분하던 LD는 빠른 속도로 퇴조하고 있다. 따라서 중고 애니메이션 LD가 시중에 대량으로 나오고 있는데, '브로드웨이 플라자'에는 중고 애니메이션 LD를 전문으로 파는 '후지야 AVIC'이란 전문점이 있다.

일본에서 중고 CD나 LD를 파는 가게는 무척 흔하다. 하지만 '후지야 AVIC'처럼 종류별로 다양하게 구비한 경우는 아키하바라의 '리버티 레코드'를 제외하고는 드물다.

'후지야 AVIC'은 만다라케와 같은 3층에 있는데 입구에 '무조건 500엔(한화 540원 정도)'라고 쓰여진 표지판 밑에 LD들이 대량으로 나와 있다. 대개 TV 시리즈물인데, 가게 안에는 이 외에도 많은 중고 LD들이 나와 있다. 가격은 상태와 작품에 따라 천차만별.

운이 좋으면 <미래소년 코난>이나 <내일의 조> 중고 전집을 10만원 안팎의 싼 가격에 구할 수도 있다. 브로드웨이의 '후지야 AVIC'은 애니메이션 중고 LD점 외에 애니메이션 관련 음악을 모은 중고 CD 전문 매장과 중고 DVD만을 취급하는 매장도 별도로 개설해 놓고 있다.

3. <이웃집의 토토로> 애니메이션 셀 원화는 50만엔.

'브로드웨이 플라자'가 매력적인 점은 애니메이션 마니아라면 한번쯤 소장하기를 바랬을 셀 원화와 포스터도 함께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의 원화 셀은 '애니메이션 세계의 스타'란 이름의 매장에서 취급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이웃집의 토토로>는 셀 원화가 25만엔∼50만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35만엔을 붙이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다 이사오가 제작진으로 참여했던 70년대 초기 작품 <태양의 왕자 홀스>는 4매 세트가 80만엔이다.

'애니메이션 천국'이라는 일본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이것도 주문이 몰려 미리 예약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잘만 뒤지면 <오! 나의 여신> 같은 한국에서 인기있는 애니메이션의 셀을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만화책이나 LD에 비해 어느 정도 투자는 각오해야 한다.

이밖에도 애니메이션과 영화 포스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도 있는데 가격은 2절지 크기가 1500엔∼2000엔. <아키라>에서 <천공의 성 라퓨타>, 올 여름에 개봉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천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포스터도 구할 수 있다.

* 추가 정보

- '후지야 AVIC'의 매장 중에는 애니메이션 외에 외국 영화 LD나 CD를 파는 곳도 있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팬이 아니더라도 한번 들릴 만 하다. CD의 경우는 보전상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500엔에서 1000엔 안팎. 특히 한국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재즈나 록의 희귀 음반을 5000원 정도의 가격에 구할 수 있다. 단, 끈질긴 인내와 어느 정도의 체력을 가지고 매장의 음반을 꼼꼼히 뒤질 각오는 해야 한다.

- 나카노의 '브로드웨이 플라자'를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본 도쿄의 신주쿠역에서 JR주고센(中央線)을 타고 3번째 역인 '나카노'에서 내리면 된다. 시간으로는 10분 안팎. 도쿄 관광의 핵심 코스라는 신주쿠에 들렀다가 넉넉 잡고 2시간 정도 시간을 내면 된다. 물론 주고센이 지나가는 역이라면 굳이 신주쿠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타도 상관없다.

다만, 주의할 사항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나가노(長野)와는 전혀 다른 지역이라는 점. 기차시간으로도 엄청난 차이가 있고, 만화나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한적한 산속 휴양지인데, 발음상의 차이를 혼동해 가끔 엉뚱한 데서 헤매는 사람들이 있다.

도쿄=김재범 <동아닷컴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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