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IN&OUT]돌아온 영자, 예전의 당당함은 어디로

  • 입력 2001년 3월 27일 16시 15분


돌아온 영자는 예뻤다.

살(?)기 등등하게 남자들을 후려치고 메치던 푸짐한 살들은 사라지고 이목구비가 또렷해졌다. 무슨 수를 썼는지 피부까지 뽀얗고 고와진 게 한 눈에 다이어트의 '위대한' 결과임을 짐작하게 했다.

외모만 달라진 게 아니라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엄청 큰 목소리에 툭 하면 "우하하하!"웃던 영자가 이젠 다소곳해졌다. 여전히 쾌활하지만 농담도 분위기 봐서 슬쩍 던지고 수줍어하기까지 한다. 남자들을 제압하던 영자의 기(氣)는 살들과 함께 사라진 걸까?

영자는 '실제 상황 영자, 시집간다!'란 코너로 돌아왔다. 말 그대로 영자가 맞선을 봐서 시집갈지 안갈지 보는 코너다.

그러나 아! 실망.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재치와 천연덕스런 연기를 좋아하던 팬의 입장에서 볼 때 영자가 돌아와 내놓은 '영자, 시집간다!'는 기대 이하다.

일단 새롭지가 않다. MBC에서 변우민이 안문숙을 시집, 장가 보내겠다고 '한' 난리치다가 흐지부지된 거 뚜렷이 기억하고 있는데 우리의 영자가 똑같은 짓을 하다니.

영자라면, 특히 이번처럼 딴 사람이 되어 돌아온 영자라면 훨씬 참신한 코너를 들고 나타날 줄 알았는데. 이뻐진 자기 한 몸 바쳐 전국민의 즐거운 엿보기를 활성화하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개그우먼의 대표선수 영자의 컴백 메뉴로는 그저 그렇다.

게다가 '이시대(이영자 시집보내기 대책위원회라나?)'같은 걸 만들어 다른 연예인들까지 끌어들여 "영자의 섹시함?" "여자로서 영자의 매력?" "남자가 보는 영자의 이미지" 등등을 시시콜콜 캐묻고, 자기들끼리 웃고 떠드는데 그 가운데 앉아있는 영자는 예전의 영자가 아니다.

소심하게 남자에게 어필하는 법을 배우는 영자의 모습은 코믹이라고 하기엔 서글프기까지 하다. 휴! 좌중을 휘어잡아 분위기를 즐겁게 만드는 건 '남자들이 원하는 영자의 이미지'가 아니란 거다.

멋진 남자와 선보기 위해 맛사지를 받는 영자의 모습은 이제껏 본 영자의 모습 중 최악이었다. 아니, 왜 영자까지 저래야 하나? 아무리 모든 TV가 엿보기로 막가고 사생활도 상품이 되는 시대라지만 살도 빼고 멋있어진 영자가 (진심이든 방송용이든) 시집가겠다고 용쓰는 모습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건강하고 이뻐진 외모만큼 업그레이드 된 웃음을 줄줄 알았던 영자의 변신.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우아한 영자의 변신은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잘리고 힘을 잃은 삼손처럼 든든한 살이 빠지면서 특유의 친근한 유머가 시들해진 건 아닌지...

당당한 영자에서 내숭떨고 애교 많은 '여자' 영자로 승부수를 띄운 우리의 영자! 영자의 선택이 더 좋은 웃음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으면 좋겠다.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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