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외국인투자 당분간 기대말라" 英 가트모어투신 사이먼

  • 입력 2001년 3월 25일 19시 30분


“부실 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한국은 외국인투자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영국 가트모어(Gartmore)투신 아시아 투자 총괄 파트너 등으로 근무하며 27년간 아시아 시장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용해온 사이먼 니콜슨(60)이 변화하지 않는 한국 시장에 일침을 가했다. 국내 글로벌에셋자산운용에서 운용본부장직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아직까지 한국을 ‘믿을 수 없는 시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문제점은 기업과 정부 어느 것도 완전히 믿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업에는 아직 분식 회계가 만연해 있고 정부 정책도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와 기업 어느 한쪽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등 부실기업들이 정부지원으로 연명하는 것이 한국 시장을 억누르는 주요 악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금융위기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굳이 한국시장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는 것. 그는 “그동안 현대와 한국정부가 번번이 약속과 원칙을 깨 온 것으로 볼 때 현대 문제는 장기화할 수 있으며 잠재적 금융불안도 2∼3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실기업의 경영진 교체와 과감한 자산 매각만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중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그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우차 매각이 지지부진하고 공기업 민영화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 대우차는 이대로 가다간 청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격에 집착하지 말고 매각을 서둘러야 시장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그는 충고했다.

그는 또 분식회계 관행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기업 경영이 투명해야 투자이익이 공평하게 배분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다”며 “‘가혹한 처벌(severe punishment)’을 통해서라도 이를 근절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직간접 투자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렵다는 것.

하지만 그는 한국 경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줬다. 전자업종에만 치우친 대만에 비해 경제구조가 다원화돼 있어 실물경제의 균형적 발전이 예상되며 인적 역량도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것. 또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중국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큰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충고했다.

그는 또 “일본의 금융불안으로 원화도 덩달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경제수준으로 볼 때 아직도 원화가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 미국이 심각한 무역적자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환율도 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현재 기술주를 중심으로 생겨났던 거품이 사라지고 있는 단계”라며 “미국의 경기침체는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만큼 향후 2∼3년간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증시 폭락에 대한 우려가 사라질 때쯤에 나스닥과 다우지수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