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빈 소년합창단 존립기반 흔들

  • 입력 2001년 3월 25일 18시 52분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악의 친선사절’로 500년 이상 인기를 누려온 빈 소년합창단이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빠졌다.

최근 빈 국립오페라극장의 총감독인 이오안 홀렌더는 “빈 국립오페라극장과 빈 소년합창단의 전속출연계약이 2004년 끝나면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 음악계에 충격을 던졌다. 홀렌더는 “이들을 대신할 새 소년합창단을 창단하겠다”고 밝혔다.

빈 소년합창단은 그동안 빈 국립오페라극장이 공연하는 오페라에 소년합창이 필요한 장면마다 출연해왔다. 이같은 빈 국립오페라극장과의 ‘제휴’는 빈 소년합창단의 명성을 유지시키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해왔다.

<빈 국립 오페라극장 잦은 연주여행에 불만 "전속계약 연장 않겠다">

홀렌더는 “기껏 합창단을 연습시킨 뒤 총 연습에 나오라고 하면 ‘북한인지 어딘지’(North Korea or somewhere) 연주여행을 가서 없다고 한다. 더 이상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빈 소년합창단은 1999년 전 음악감독이었던 아녜스 그로스만이 “어린이들이 과다한 연주여행으로 쉬지 못하며 착취당하고 있다”고 폭로한 뒤 ‘남성지배 이데올로기를 상징한다’ ‘레퍼토리가 독일 음악 위주로 편협하다’는 등 끊임없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최근에는 ‘피곤해서 못살겠다’고 호소하는 한 단원의 일기가 잡지에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1498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막시밀리안 1세 황제에 의해 설립된 빈 소년합창단은 9∼14세 소년 9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3년전 500주년 기념공연을 가졌다. 작곡가 슈베르트도 이 합창단 출신이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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