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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3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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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바드 스트리트
월터 바지호트 지음/유종권 한동근 옮김/326쪽/1만5000원/아카넷월스트리트 100년
찰스 가이스트 지음 /권치오 옮김/208쪽/1만8000원 /좋은책만들기
롬바드 스트리트와 월 스트리트. 각각 런던과 뉴욕에 있는 길 이름이다. 그러나 사람과 차량에 앞서 ‘자금’이 소통되는 길이라는 점에서 두 길은 공통된다.
런던 금융의 중심지 롬바드 스트리트는 19세기에 발달된 대출기능을 통해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의 산업을 뒷받침했다. 뉴욕의 금융가이자 증시의 대명사인 월 스트리트는 20세기 내내 증권시장을 통한 효율적 자금조달로 오늘날 미국의 막강한 산업경쟁력을 창출했다. 두 책은 각기 다른 세기에 최고의 금융경쟁력으로 마르지 않은 돈줄의 근원을 탐색한다.
‘롬바드 스트리트’의 저자 바지호트는 19세기 중반에 활약한 은행가 겸 경제평론가. 그는 금융공황이 현금 자체의 고갈보다 ‘계좌에 있는 돈을 언제든지 현금으로 빼 쓸 수 있다’ 는 신뢰의 고갈로 생긴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는 특히 중앙은행의 ‘최종적 대부자(貸付者)’ 역할을 강조한다.
‘신뢰의 고갈’을 방지하려면 중앙은행이 충분한 양의 현금, 특히 어떤 시대 어떤 조건에서나 교환가능한 ‘금(金)’을 보유하여야 하며, 평상시 하자가 없는 우량증권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즉각적이고 무제한적으로 현금공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앙은행이 확실한 역량과 의지만 보여준다면 금융공황은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논지의 핵심을 이룬다.
책이 쓰여진 지 130여년이나 지난 지금 그의 논의는 다소 시류에 벗어난 느낌도 없지 않다.
그러나 ‘신용의 공황’ 및 ‘현금 유동성 위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1997년 금융위기로 인한 고난을 겪은 바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의 책이 지난 세기의 금융이론서인 데 반해, ‘월스트리트 100년’은 미국 증권가의 한 세기를 풍부한 화보와 함께 사실 위주로 풀어낸다. 폭발 장세를 보인 1920년대, 파산과 자살이 속출한 1930년대를 지나 1970년대의 정체기, 가장 최근인 1990년대의 활황이 책장을 사이에 두고 교차된다. 다우존스지수는 그 동안 100배 뛰어올랐지만 변함없이 남아있는 종목은 제너럴 일렉트릭(GE) 단 하나뿐.
책장에 투영된 영상은 증권거래소 내부만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세기의 다채로운 사회상을 파노라마처럼 비추어낸다. 러시아가 1957년 스푸트니크호를 쏘아올리자 첨단 무기와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의 주가가 급등했다. 베트남 전쟁은 인플레를 유발해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을 떨어뜨렸다.
미소를 자아내는 일화들도 빠지지 않는다. 1950년대에는 증권거래서 객장에서 음식을 먹는 일이 금지됐다. 한 거래인의 사위가 객장에서 몰래 코카콜라를 마시는 것을 장인이 보고 꾸짖었다. 화가 난 사위는 장인이 보유한 코카콜라 주식 전부를 매도해버렸다. 장인은 9만달러나 되는 손해를 입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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