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대한통운 곽영욱 사장 "리비아 걱정에 잠이 안와요"

  • 입력 2001년 3월 23일 14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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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은 리비아 대수로 2단계 공사를 맡고 있는 ‘동아컨소시엄’에 12%의 지분을 갖고 있어 동아건설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면 공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정부의 제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통운은 물류 전문회사입니다. 대수로 2단계 공사가 92% 진행되었다지만 늪지대 공사 등만이 남아 이미 진행된 공사보다 더 어렵고 수익성도 떨어집니다. 현장의 7000여대 중장비는 사용한 지 18년이 넘어 이를 교체해야 하는 등 막대한 운영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법정관리 상태여서 한 푼도 조달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고 어떻게 공사를 하라는 것인지….”

곽사장은 무엇보다 리비아 정부가 동아건설이 파산해도 공사를 마무리 해도 좋다는 의사표시를 해온데다 서울지법도 파산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2, 3년은 걸려 공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따라서 정부는 리비아와의 협의를 통해 동아건설이 완공 예정기간인 2003년 6월까지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곽사장은 말했다.

곽사장은 대한통운이 ‘형식상으로라도’ 공사를 승계하려면 △1단계 공사 하자보수에 대한 책임 불문 △공사 유보금과 미지급금 약 5억 8000만달러 지급 △공사 수행에 필요한 자금 조달 △자재 수입을 위한 신용장 개설 등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사장은 1930년 ‘조선미곡창고’로 출발한 국영기업 대한통운이 68년 민영화하면서 동아건설에 매각된 후 ‘대수로 공사 수렁’에 빠지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악연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민영화후 방만하게 운영되던 경영체질은 많이 나아졌지만 트럭 등이 동아건설의 토목공사에 ‘싼값에 징발’되면서 성장을 하지 못했습니다. 직원들의 월급도 동아건설에 비해 턱없이 낮았죠. 83년 리비아 공사가 시작된 후에는 크고 작은 빚보증이 쌓여 7000억원에 이르면서 지난해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빚보증은 이사회를 한 번도 거치지 않고 결정돼 무효라며 소송도 제기했지요. 98년 162%이던 부채비율을 지난해에는 109%까지 줄이고 255억원의 순익이 나는 등 물류업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동아건설에 발목을 잡혀 있습니다.” 99년 11월 동아건설과의 합병에 전직원이 뭉쳐 저지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큰 원인이라고 곽사장은 말했다.

그는 “대한통운 노사는 지난달 23일에는 ‘무쟁의’를 선포하고 임금동결 및 상여금 반납 등을 통해 조기 법정관리 졸업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며 “그러나 ‘동아건설 빚보증’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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