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모랄해저드'논란재연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12분


한국자산관리공사 허경만(許慶萬)부사장이 한국―미국 합작으로 처음 탄생하는 기업구조조정회사(CRV) 부회장으로 옮겨간다. 자산관리공사 고위관계자는 19일 “허부사장이 미국 콜로니 캐피털과 공사가 각각 3억달러(약 3900억원)씩 출자해 만드는 CRV 부회장으로 내정됐다”고 밝혔다.

콜로니 캐피털은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 계열의 부실채권처리 전문펀드다.

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자산관리공사에서 99년 이후 론스타, 모건스탠리 등 7개 외국계 벌처(부실채권)회사로 옮겨간 임직원은 모두 13명이다. 심광수(沈光洙)전부사장이 99년 미국계 론스타 어드바이저 회장으로 옮기는 등 절반 이상인 7명이 임원으로 새 직장을 구했다. 이들 7개사를 포함한 10여개 외국회사는 자산관리공사가 99년 이후 매각한 부실채권 18조원 가운데 8조6000억원을 사들이는 등 국내 벌처시장을 주도해 왔다.

부실채권 처리회사는 자산관리공사로부터 ‘국내 은행이 대출해 준 뒤 원리금을 못받고 있는 부실채권’을 현금을 주고 산다. 즉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100원짜리 대출채권을 담보가 있으면 55∼65원, 무담보 대출은 3∼10원을 주고 구입한다.

처리회사가 이익을 내는 원천은 크게 두 가지. △담보 부동산을 조금 비싸게 팔거나 △빚을 진 기업을 회생시켜 기업이 살아나면 100원 가운데 70∼80원을 받아내는 방법이 있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일단 부실채권을 매각한 뒤 외국계 회사가 얼마 정도에 팔며,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내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통상 매입가격의 15% 정도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자산관리공사 임직원의 외국계 취업 확산은 모럴 해저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국민의 세금인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인 자산관리공사의 국제입찰 담당 임직원이 매각시점을 전후로 매입자측 기업으로 전직해서는 곤란하다는 것.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줄곧 “국제입찰업무를 맡던 자산유동화1부 직원이 고스란히 특정회사(모건스탠리)로 옮겨갔으며, 13명 가운데 7명이 국제입찰업무를 직접 맡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현장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고액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로 자기 판단에 따라 옮기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직업선택의 자유에 관한 문제라는 것이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