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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15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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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유치원의 90%를 차지하는 사립유치원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으면서 교육의 질(質)이 저하되는 차원을 넘어 아동교육체제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실태〓부산시내 유치원은 모두 414여개로 이중 사립이 354개. 유치원 취학아동 4만여명 중 3만7000여명이 사립 유치원에 다닌다. 그러나 이 지역의 경제난이 장기화하면서 유치원 취학아동이 급격히 줄어 흑자를 내는 유치원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매년 10여개의 유치원이 문을 닫고 있다.
이런 현실때문에 유치원 교사의 대우도 바닥수준.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평균 임금은 월 50∼80만원선. 대부분 초급대 이상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했지만 열악한 대우 때문에 결혼 전에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유치원 원장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상당수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아 아동교육의 수준히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원인〓근본적인 원인은 이 지역의 경기침체. 하지만 유치원이 교육부에서 관할하고 있는데도 정부로부터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주원인이다.
종일반을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에 한해 한달에 12만원이 지급되는 것도 부산이 유일하다.
유치원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설학원이나 보육시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기 때문.
결국 운영비를 전적으로 학부모들이 내는 수업료에 의존,수준높은 교사들을 채용하거나 시설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다.
수업료도 현재 한달에 11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수업료를 내려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 때문에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8∼10만원만 받고 있다.
정부에서 유치원을 공교육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유치원장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유치원비 지원도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올해 부산시내 전체에 지원대상 아동이 500여명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유치원의 공교육화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대책〓유치원들은 하루 빨리 공교육 개념이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유아교육 법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대신 교사급료나 시설비의 일부라도 지원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지역 사립 유치원 교사 2200여명에 대해 월 10만원씩만 지원할 경우 연간 25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것. 또 저소득층에 대한 유치원비 지원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급식비 지원 등도 이뤄져야 어렵게나마 유치원의 명맥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부산지역 유치원연합회 김재남회장(62·여)은 “유치원이 엄연한 교육시설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는 한 결국 피해는 우리의 자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교육청 문원자 유아교육담당 장학관은 “유치원의 어려운 현황을 파악하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예산문제나 관련법률의 미비로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석동빈기자>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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