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미·일 주가대폭락…투자자들 투매사태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8분


미국 나스닥지수가 12일 2,000선이 붕괴되는 등 폭락하자 증시 관계자들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며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13일 뉴욕증시가 소폭의 상승세로 출발한 뒤 오전장을 마감하자 전날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13일 아시아와 유럽 증시는 뉴욕 증시의 여파로 일본 닛케이지수가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동반 폭락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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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스닥지수는 개장 10분도 채 안돼 5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수직낙하하듯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다우존스지수도 곧바로 영향을 받아 GE(9.6%) 노키아(7%) 등 대형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기술주 전통주 가릴 것 없이 보유 주식을 투매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4월의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를 보는 것 같다”며 “공황상태나 다를 바 없다”고 탄식했다.

○…그간 실적 악화 경고가 나온 아마존 더블클릭 이베이 야후 등 이른바 닷컴주들은 이날 평균 6.75% 하락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에릭슨은 무려 25%나 폭락했다. 델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나스닥 주요 대형주들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고 인텔도 5% 이상 값이 떨어졌다. 경기에 덜 민감하다는 전통주는 물론 유통주, 금융주 등도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폭락은 지난주부터 예상돼온 것. 야후의 실적 악화로 팀 쿠글 회장이 교체될 것이란 발표가 나온 데 이어 인텔도 수익성 악화 경고 공시를 했다. 또 대표적인 닷컴기업의 하나인 인터넷 장난감 소매업체 e토이스는 파산했다.

▼일본▼

○…뉴욕증시의 폭락에 따라 13일 도쿄증시의 닛케이주가가 16년 만에 12,000엔 밑으로 떨어지자 일본 경제계는 물론 정부와 여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는 13일 오후 경제 관련 장관들을 불러 주가 문제와 관련한 긴급 각료회의를 열었다. 또 정부와 여당은 증시 부양을 위해 연립 여3당이 지난주 마련한 긴급경제대책을 조기에 추진키로 하는 한편 일본은행에 제로금리정책 복귀를 포함한 추가적인 금융완화대책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로금리정책에 대해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재무상은 이날 “모두의 의견을 듣지 않으면 안된다”며 일본은행에 금융완화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경제산업상도 “개인적으로는 (금융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정책은 일본은행의 전권사항이나 정부, 일본은행이 일체가 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프랑크푸르트증시는 지멘스와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기계와 자동차주를 중심으로 평균 3% 폭락하면서 6,000선이 붕괴,큰 혼란을 빚었다. 오후장 들어 도이체방크와 드레스드너방크 등 은행주식이 일제히 1.5∼2% 동반 하락하면서 94.80포인트 떨어진 5,551.76으로 장을 마감했다.

○…런던증시도 미 증시의 영향으로 FTSE지수가 27개월 만에 최저치인 5,720.7을 기록하자 관계자들이 일손을 놓는 등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장을 반전시킬 호재가 등장하지 않는 한 증시 침체는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경학·권기태기자·도쿄〓이영이특파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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