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법]부부재산 계약제도 살아날까

입력 2001-03-12 19:17수정 2009-09-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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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기 전 내 재산을 미리 가려놓읍시다.’

한국 가족법사(史)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진행중이다. 결혼정보회사인 ㈜듀오정보(대표 신은경)는 최근 인터넷 법률서비스 제공업체인 ㈜로서브(대표 이동호)와 함께 민법상 사문화된 ‘부부재산계약제도’를 처음으로 이용할 신혼 부부를 찾고 있다.

이 제도는 부부가 결혼하기 전에 양측이 가져온 재산을 결혼 후 누가 어떻게 관리하고, 이혼할 때는 어떻게 나눌 것인지 등을 사전에 약정하는 것.

민법 828조는 결혼하려는 양측이 이같은 약정을 하고 법원에 등기까지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결혼 후 이 약정과 달리 재산을 관리 및 처분하고자 하는 쪽은 배우자의 동의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이혼에 합의한 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복잡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마이클 더글러스는 캐더린 제타 존스와 결혼하며 미리 재산분할 약정을 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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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제도가 지금까지 한번도 이용되지 않았다. 결혼하면 ‘내 재산’이 아니라 ‘우리 재산’이고 ‘우리 재산’은 남편이 맡아 관리 처분하는 것이 보편적 인식이었기 때문. 더구나 새 출발을 하는 부부가 향후 일어날 재산분쟁과 이혼을 대비해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고 재혼 부부가 이혼하는 원인의 대부분이 재산분쟁이라는 현실에 비춰 이제는 ‘결혼할 때부터 이혼을 준비하자’는 인식도 늘고 있다. 계약을 해두면 한쪽 배우자 특히 남편의 일방적인 재산 처분으로 인한 분쟁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이혼할 때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두 업체의 주장.

이같은 계약이 없어도 우리 법원은 이혼재판을 통해 배우자가 결혼전 가지고 온 ‘특유재산’은 각자에게, 함께 살면서 벌어들인 ‘공유재산’은 기여한 몫에 따라 나누어준다.

그러나 로서브의 이종학(李鍾鶴)변호사는 “재산의 처분권이 절대적으로 남편에게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혼을 마음먹은 남편이 소송 전에 재산을 빼돌리는 등 부인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반대로 한 벤처기업 사장은 이혼 소송을 낸 부인이 남편명의로 은행에 예치된 기업 운영자금에 대해 가압류를 걸어 회사가 부도날 뻔한 적도 있다.

또 이혼에 합의하고도 ‘네 몫, 내 몫’을 나누다가 분쟁이 생겨 법원에 소송을 내는 부부도 많다. 그러나 재판에서 ‘내 몫’을 주장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이 들어간다.

상지대 겸임교수인 김근식(金根植)박사는 “대만의 경우 95년 민법개정때 남녀평등을 위해 우리와 같은 제도를 도입했고 젊은층이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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