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바이오 패권시대 한국 살아남을까…투자액 美의 0.8%

  • 입력 2001년 3월 11일 18시 35분


최근 미국의 컬럼비아대로부터 대전의 바이오벤처기업인 바이오니아와 서울대 인류학과에 공동연구 의뢰가 들어왔다. “카자흐스탄 지역 한인(韓人)의 유전자를 함께 연구하자”는 제의. 미국의 기업이나 연구소가 한국인의 특이 유전자를 찾아내 한국인보다 먼저 상업화하겠다는 의도다.

바이오니아 박한오 사장은 “조건이 맞지 않아 공동연구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유전자 패권주의가 시작됐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2월 인간게놈 지도가 발표된 이후 선진국들간에는 ‘유전자 제국주의’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정부와 기업들이 나서 총력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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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놈연구 시작도 안됐다"

미국은 연구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고 영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은 정부 기업 연구소간에 삼각 체제를 갖추고 ‘미국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바이오산업에서 변두리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바이오산업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물질탐색기술은 한국이 미국의 25% 수준, 안전성평가기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바이오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1600억원(99년)으로 미국의 0.8%, 일본의 5%에 불과하다.

바이오벤처기업도 2년 사이 300여개가 생겨났고 코스닥에 10여개 업체가 등록됐지만 벤처업계 내에서도 “5년 이후 1% 정도만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거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김대식 박사는 “한국인들은 게놈프로젝트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한다. 게놈의 연구성과를 이용한 바이오산업이 급성장하고 한국의 바이오산업의 수준이 지금처럼 개도국 수준을 면치 못할 경우 ‘유전자 패권시대’에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무서운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안두현 박사는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가적 비전과 전략을 정한 뒤 산학연의 연계를 통해 범국가적인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기·정위용기자·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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