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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6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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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그동안 주한 미대사관 등 시위 금지구역의 '1인 시위'에 대해 묵인했던 것과는 달리 5일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인근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려던 노조원들을 강제로 연행해 "일관성 없는 법 집행"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부평…"동일 구역 내에 다수가 모이면 시위"▼
대우차 노조원 500여명은 이날 정오께 인천 산곡성당에서 집회를 갖고 서로 25m이상 거리를 두고 대우차 부평공장을 둘러싸는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는 2인 이상이 한 곳에 모여야만 집회·시위로 간주하는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저촉되지 않고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기 위한 것으로 뚜렷한 규제근거가 없어 최근 경찰의 용인 아래 널리 확산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께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이 성당을 나와 회사 서문 쪽으로 행진하자 경찰은 서문 앞 150여m 지점에서 이들을 막고 조합원 121명을 강제로 연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노조의 집회신고를 불허했으며 불법시위 예방차원에서 연행했다"며 "20여m씩 서로 간격을 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동일한 구역 내에 다수가 모여 있으므로 시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시위 참가자는 "경찰이 오히려 평화시위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합법적인 시위에 대한 경찰의 무차별적인 연행을 비난했다.
▼서울…"1인 시위는 집시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날 오전 11시께 주한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교보생명빌딩을 비롯해 주한 미대사관과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도 '1인 시위'가 벌어졌다.
외국 공관이 있기 때문에 모두 집회가 금지된 장소였지만 무장한 경찰도 보이지 않았고 거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경찰이 '1인 시위'를 집시법상 허가를 받아야 하는 집회나 시위로 보지 않고 평화적인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자주평화통일 민족회의의 배다지 상임의장이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참석한 'SOFA 재협상 요구' 1인 시위는 지난달 5일부터 미 대사관 앞에서 한달째 진행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차례의 마찰도 없었다.

또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는 해고 노동자 1명이 상복을 입고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장애인 단체의 '1인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정오께 정부종합청사 정문에서 시위를 벌이려는 장애인 단체 회원들과 경찰이 다소 몸싸움을 벌였으나, 시위자가 차량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지역으로 옮기자 경찰은 곧바로 물러났다.
종로 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1인 시위'에 대해 "현행 법규로는 특별히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사실상 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난감해 했다.
▼'1인 시위' 확산…경찰 대응 곤란▼
'1인 시위'는 지난해 12월 4일 참여연대가 온두라스 대사관과 국세청이 입주한 삼성 밀레니엄타워 앞에서 국세청을 비난하는 항의 시위를 벌인 것이 시초가 됐다.
이후 12월 8일 스탑삼성 소속 13명은 엘살바도르 대사관과 싱가폴 대사관이 있는 서울 중구 삼성본관 앞에서 피켓을 들고 20m씩 떨어져 지나가는 '응용된 1인 시위'를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건일/동아닷컴 기자 gaegoo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