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조금만, 조금만 더'

  • 입력 2001년 3월 2일 18시 44분


◇조금만, 조금만 더

존 레이놀즈 가디너 글, 마샤 슈얼 그림, 김경연 옮김

94쪽 5000원 시공주니어

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과 가장 가깝게 지내는 동물이다. 요즘은 애완견만을 위한 전문 미용실이 있는가 하면 각종 장신구들을 매단 채 주인 품에 안겨 있는 강아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디까지나 ‘애완견’일 뿐, 어디 ‘견공’이라 부를 수 있으랴.

여기 ‘견공’이라 불러도 결코 아깝지 않을 열 살 짜리 암캐, ‘번개’를 소개하려 한다. ‘번개’는 주인공 소년 윌리와 같은 날 태어난 동갑내기(?)이다.

오랜 세월 동안 한가족으로 살아서인지 번개는 주인 할아버지와 윌리의 모든 행동과 말 뜻을 다 알아듣고, 목숨이 다 하는 순간까지 그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야기를 주인에게 충성스런 개이야기로만 단순하게 끌고 갔다면 여느 작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농사꾼에게 땅덩어리는 생명보다 소중하듯, 윌리의 할아버지 역시 작지만 그것이 인생의 전부인 감자농장이 있다.

그러나 감자 농사를 지어 ‘겨우 먹고 살 만한 돈밖에’ 나오지 않는 그에게 세금은 너무도 가혹한 것이었다. 밀린 세금 때문에 농장은 빼앗길 위기에 처하고, 할아버지 역시 삶의 의욕마저 상실하게 됐다. 윌리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다가 많은 상금이 걸린 ‘개 썰매 대회’에 참가하기로 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수 년 동안 갈고 닦은 솜씨로 우승을 한번도 놓친 적이 없는 인디언 ‘얼음거인’도 출전할 것이다. 윌리가 상금을 꼭 타야만 하는 절박함이 있듯, 얼음거인 역시 백인들에게 무참하게 빼앗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되찾기 위한 소망이 있다. 결승선을 몇 m 앞두고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사건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참 동안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다.

절제된 듯 간결한 문체가 시종 긴박감을 더해 주면서, 그리 길지 않은 중편 동화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3학년 이상의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지만, 부모가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그동안 갖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또 하나의 수확을 얻을 수 있기에.

오 혜 경(주부·36·서울 강북구 미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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