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형사 미성년자 범죄 실태…갈수록 저연령-흉포화

입력 2001-03-01 18:40수정 2009-09-21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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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년들이 절단기와 망치를 들고 사무실 등을 턴다. 성폭행 같은 범죄도 이들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매년 10만건이 넘는 범죄가 10대들에 의해, 그리고 그 중 6000건 정도는 12, 13세 어린이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

하지만 만 14세 미만은 법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범죄소년을 붙잡아도 일단 조사한 뒤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이들 ‘로틴(Low―teen)범죄’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본다.

지난달 5일 서울 북부경찰서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4, 5세인 여자 원생 7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서모군(13·중1)을 붙잡았다. 서군은 지난해 6월부터 서울 강북구 H어린이집에서 자고 있는 여자 원생 7명을 21차례나 성폭행했다.

그러나 서군은 만 13세인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구속을 피했으며 법원의 판결에 의해 소년원에 가는 것도 면했다. 서군에게 내려진 ‘벌’은 한달 동안 보호관찰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또 지난달 9일에는 절단기와 망치를 들고 회사 사무실과 아파트 관리사무실 등을 턴 ‘초등학생 3인조 절도단’ 중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전날에도 절단기로 서울 종로구 숭인동 N전력 사무실의 문을 부수고 침입, 망치로 책상을 부수고 서랍 속에 있던 현금 200여만원을 훔쳤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해 10월에도 서울 종로구 창신동 S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침입해 139만원을 훔쳤으며 당시 돈을 훔친 뒤 사무실에 대변을 보고 나오는 등 성인 절도범 흉내까지 내는 대담함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중 만 11세인 김모군은 조사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갔으며 만 12세로 ‘촉법소년’인 박모군만 가정법원에 송치됐다.

이런 촉법소년범은 94년 4295명, 95년 4831명 등으로 4000명 대에 머물렀으나 96년 6477명, 97년 7137명으로 급증한 뒤 이듬해부터 하향세로 돌아서 98년 5779명, 99년 5633명, 2000년 5457명으로 매년 6000명에 가까운 어린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청소년 보호위원회 장준오(張埈午) 선임연구원은 “15세 미만의 로틴 범죄는 90년대부터 나타난 현상으로 최근 들어 약간 줄긴 했지만 범죄의 질이나 강도 면에서는 성인범죄를 뺨칠 정도로 대담해지고 있다”면서 “이는 인터넷이나 매스미디어 등을 통해 청소년의 정신연령이 높아진데다 가정 해체에 따라 소외된 어린이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형법은 14세 미만 청소년 중 12, 13세 소년들을 따로 ‘촉법소년’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회단체 등에서 보호관찰을 받거나 죄질이 나쁘면 소년원에 보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보호관찰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소년원에 보낸다 해도 오히려 범죄수법을 ‘학습’하고 나오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일선 경찰은 대부분 가정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한 경찰관은 “청소년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저연령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교화시스템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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