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과연 종교단체의 무서움에 또한번 체육계는 무릎을 꿇어야 하나…"

  • 입력 2001년 2월 23일 13시 15분


욕을 먹으면 오래산다고 했던가? 성남시가 스포츠와의 두번에 걸친 싸움으로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있는데, 결과는 어찌될지...

80년대 하키전용 구장과 1면의 보조운동장을 갖추며 한국 하키의 메카였던 성남은 1999년 3월 아무런 통보없이 하키전용구장을 천연잔디로 바꿔 축구장으로 개조하기로 했다.

하키의 메카임을 포기한다는 선언이었다. 이에 따라 하키협회를 비롯한 체육관련 단체의 엄청난 항의에 부딪쳤지만 고집대로 축구장으로 개조, 천안에 연고를 두고 있었던 일화를 성남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

이유는 단 한가지 하키구장을 운용하면 운용비도 나오지 않을 정도지만 축구장으로 개조를 하게되면 수도권 신도시라는 유리한 조건에 프로팀을 유치할 수 있고 거기에 대한 수입도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자제 실시 이 후 돈을 벌어야 하는 철저한 자본의 논리였다.

성남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으로 축구도시로의 탈바꿈에 성공했다.

하지만 채 2년도 되지 못한 지난해 성남은 자본의 논리보다도 더 무서운 세력에 위협을 당해왔다. 통일교 재단인 일화에 대한 반발로 기독교 단체의 반대와 집단민원에 시달려오다 결국 12월 올시즌 일화의 성남구장 이용불허 방침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번에는 지역화합을 위한다라는 이유다. 지난 99년에 돈을 위해서라는 이유보다는 그럴듯하지만 이래저래 시의 일방적인 행정에 휘둘리는 체육계는 씁쓸하기만 하다.

어찌됐건 이 후 성남시는 지난 5일 일화에 대한 연고지 철회까지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해왔다.

성남시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성남 서포터즈와 붉은악마를 비롯한 축구팬 및 네티즌들의 거센 반대운동과 성남 일화 구단 및 성남시 축구협회, 한국 OB 축구회, 초중고 축구연맹등 아마츄어 축구 단체까지 들고 일어나 반대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결국 22일 성남시장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이종환 부회장과 정건인 사무총장이 성남 연고지 철회에 대한 면담을 가졌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서로의 입장만 밝힌채 끝이 났다.

이날 면담에서 가진 소득은 26일 정도에 기독교단체 대표를 포함한채 다시 면담을 갖는다는 약속 뿐이었다.

아직 결과는 어찌될지 예상은 못하지만 자본의 논리를 넘어서 이런 파국을 일으킬 수 있는 한 종교단체에 경이(?)를 표한다.

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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