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S&P,일본 국가신용등급 하향조정

  • 입력 2001년 2월 23일 09시 06분


스탠다드앤푸어스사(S&P)가 26년만에 처음으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S&P는 뉴욕시간으로 오후 3시30분 일본의 장기외화표시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등급에서 "AA+"로 한단계 낮춘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75년 S&P가 최고신용등급인 "AAA"를 부여한 이래 26년만에 첫 등급하향조치이다.

S&P는 일본정부의 부채증가와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실패를 등급하향의 요인으로 설명했다.

S&P는 발표문을 통해 "일본의 재정적자증대가 재정정책의 유연성을 저하시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S&P는 또 "일본은행들의 부실로 향후 5년간 실질적으로 국내여신이 증가하지 못 할 것"이라며 "일본이 연간 2%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덧붙엿다.

S&P의 등급하향 발표가 나온 직후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엔이나 오른 117.16엔까지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등급하향이 환율과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날 도쿄주식시장에서 13000선을 겨우 지켜낸 닛케이지수도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여파로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뱅크오브 아메리카증권의 외환전략가인 길레르모 에스테바네스는 "그 동안 유일하게 일본의 장기신용등급을 최고수준으로 평가해온 S&P의 이번 하향결정이 놀랍다"며 "엔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엔화약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엔화가 5월까지 달러당125엔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쿄 미쯔비시은행의 외환매니저인 타소 다다토시는 "S&P의 등급하향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탈이 우려된다"며 "장기적으로 엔화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단기외화표시 국가신용등급은 기존의 "A-1+"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S&P는 밝혔다.

외신들은 일본의 등급하향이 경제성장을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에 의지해온 데 대한 대가라며 부채증가로 일본은 지난 1999년 이후 세계최대의 채무국으로 전락했다며 모리총리의 리더십에 또 한 번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98년 11월에는 무디스가 일본의 장기신용등급을 "Aa1"으로 하향조정 한 바 있다.

한편 일본관리들은 이같은 신용듭급하향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장관은 "등급하향에도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며 "S&P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은 실수"라고 주장했고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담당상은 "쓸데없는 참견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아소 타로 재정경제담당상도 "막대한 무역적자로 허덕이는 미국의 일개 신용평가기관이 어떻게 일본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며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병희<동아닷컴 기자>amdg3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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