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 간첩사건 국무부로 '불똥'

  • 입력 2001년 2월 22일 16시 12분


러시아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 로버트 필립 핸슨 사건의 불똥이 미 국무부로 튀고 있다.

FBI는 21일 핸슨이 95년부터 지난달까지 FBI 연락요원으로 5년여간 일했던 국무부 정보연구국의 해외임무사무실 관계자 등을 상대로 국무부 내에서의 핸슨의 활동과 행적을 캐는 조사에 들어갔다.

핸슨은 미 외교관 신분으로 해외에 파견된 정보요원들을 관리하는 일을 담당하며 각종 기밀서류와 통제구역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에선 99년 러시아의 도청장치가 회의실에서 발견되고, 지난해엔 극비자료가 담긴 노트북 컴퓨터가 분실되는 등 지난 3년 사이 각종 보안사고가 잦았다. 특히 분실된 노트북은 핸슨이 근무했던 정보연구국에서 사라져 그가 이 사건에 관련됐는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국무부측은 "핸슨이 국무부 보안 사고와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히고 "FBI 조사는 핸슨이 국무부에 타격을 입힌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그와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국무부 직원은 없다"고 해명했다.

FBI에 따르면 핸슨은 지난 15년간 러시아측에 6000쪽의 기밀 서류를 넘겨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실질적으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극비서류와 기밀서류의 카탈로그를 넘긴 것과 같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핸슨이 넘긴 정보 중엔 미국의 이중간첩프로그램 등 기밀과 미 정보기관이 적국의 화학무기정보분석에 사용하는 첨단기술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스 프리 FBI 국장은 "핸슨이 입힌 피해가 얼마나 클 지는 아직 파악할 수 없으나 이번 일은 예외적으로 심각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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