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피셔 '날개없는 추락' 獨의회 검찰수사 승인

  • 입력 2001년 2월 20일 18시 22분


‘택시기사→서점 점원→환경단체 지도자→부총리 겸 외무장관→?’

독일 국민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며 승승장구했던 요슈카 피셔의 이력이다. 그런 그가 지금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독일 검찰이 19일 적군파 관련 법정 증언을 문제삼아 그의 위증 혐의를 조사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그동안 버팀목이 돼왔던 연방의회가 검찰 수사를 전격적으로 허가한 것.

야당도 한 목소리로 그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이에 따라 그동안 동정적이던 국민 여론마저 서서히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검찰 수사 결과 위증 혐의가 드러날 경우 그는 최고 5년의 징역형을 받게 된다.

앞서 독일 언론은 지난달 16일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에서 열린 전 적군파 테러리스트 한스 요아힘 클라인에 대한 재판에서 피셔 장관이 거짓 증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한 바 있다.

피셔 장관은 클라인이 1975년 석유수출국기구(OPEC) 빈 회의장에서 인질극을 벌인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함께 인질극을 벌였던 전 적군파 대원 마그리트 쉴러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으나 쉴러는 73년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피셔의 아파트에서 수일간 함께 지낸 적이 있다고 엇갈리게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쥐트 도이체 차이퉁은 20일 ‘30년 전의 악몽으로 발목 잡힌 피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사건이 확대될 경우 연정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실제로 ZDF방송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당인 녹색당 지지율은 지난해 7%에서 계속 떨어져 지금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5%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민당(SPD)도 피셔 장관의 위증 혐의가 드러날 경우 녹색당 대신 자민당(FDP)과의 연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셔 파동’은 자칫 독일 정치권에 엄청난 지각 변동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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