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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2월 18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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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호프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72홀 29언더파의 경이로운 스코어 카드를 작성한 조 듀란트. 1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쳤을 때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4라운드를 치르면서 그는 어느새 ‘기록 제조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2라운드에서 무려 11언더파를 치며 세운 코스레코드와 36홀 최저타 기록(18언더파)은 그야말로 서막에 불과했다. 3라운드에서 다시 54홀 최저타 기록(23언더파)을 갈아치우더니 4라운드에서도 보기 없는 완벽한 라운드로 불같은 상승세를 몰았다.
나흘 동안 이같은 스코어를 기록하려면 최소한 매일 7언더파 이상을 쳐야 한다는 계산. 4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듀란트는 이글 1개에 버디 29개를 올렸으며 파 40개에 보기는 단 2개 밖에 없었다. 특히 2라운드에서는 7개홀 연속 버디를 포함해 12개홀에서 버디를 10개나 잡는 괴력을 떨쳤다.
게다가 이 대회는 특이하게 4라운드를 서로 다른 4개 코스에서 치른 뒤 컷오프를 가려 최종 5라운드에서 챔피언을 결정한다. 똑같은 코스에서야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적응도가 높아져 스코어를 줄일 수 있다지만 이번 대회에서 듀란트는 코스를 바꿔가며 역사를 쓴 셈.
듀란트의 72홀 기록은 98년 하와이안오픈에서 존 휴스턴이, 올 피닉스오픈에서 마크 캘커베키아가 각각 세운 종전 최저타 기록을 1타 줄였다.
공동 2위 케빈 서덜랜드와 캘커베키아에 5타나 앞서 있어 우승을 예약한 가운데 93년 톰 카이트가 우승할 때 세운 35언더파 325타의 기록마저 경신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 당시 듀란트는 PGA투어 루키로서 카이트의 기록 수립을 지켜본 기억이 있다.
듀란트는 “내 프로 통산 스코어를 다 합해도 35언더파는 안 될 것 같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보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87년 프로에 뛰어든 듀란트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91년 필드를 떠나 보험회사 직원, 골프용품 판매원을 전전한 뒤 주로 2부투어에서 활동하다 98년 웨스턴오픈에서 1승을 거뒀다.
한편 ‘살아있는 전설’ 아널드 파머(72·미국)는 이날 4라운드에서 자기 나이 보다 적은 타수를 치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올해로 42회를 맞는 이 대회의 원년 챔피언 파머는 자신이 설계한 PGA웨스트코스(파72)에서 1언더파 71타를 치며 갤러리의 환호를 받았으나 중간합계 18오버파 306타로 컷오프에 걸렸다. 정규대회에서 자기 나이만큼의 스코어를 그린 경우는 79년 쿼드시티오픈에서 당시 71세로 역시 71타를 마크한 샘 스니드 이후 파머가 22년만에 처음. 손자뻘 되는 후배들과 겨뤄 5년만에 처음으로 언더파를 친 파머는 “골프는 재미있다”며 “뛸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출전할 생각”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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