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野 언론사 세무조사 비난]"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 입력 2001년 2월 11일 18시 44분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11일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99년에 했어야 할 세무조사를 2년이나 늦췄다면 2002년 대통령선거 후에 실시하는 것이 명분도 시점도 적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대변인은 “우리 당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도가 불순하고 시점이 옳지 않다고 본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권대변인은 또 “현재의 언론사 세무조사과정은 99년 당시 문일현(文日鉉) 중앙일보 기자가 만들어 여권에 전달했던 언론장악문건의 시나리오와 너무나 비슷하다”면서 “이는 이 정권이 사전에 치밀하게 짜놓은 시나리오에 따라 ‘언론 길들이기’에 나선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노무현(盧武鉉) 해양수산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언론과의 전쟁 선포 운운하다가 언론을 ‘조폭’으로까지 몰고 있는 노장관의 광언(狂言)이야말로 조폭 수준”이라고 비난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노장관의 철부지 행동을 계속 방관하지 말고 즉각 해임시키라”고 촉구했다.

김대중대통령의 언론관련 발언

70년11월14일 서울효창공원 연설나는 언론을, 학원을, 문화인을, 노동조합을, 경제인을 모든 국민을 독재적 관권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겠다
80년4월16일한국신학대학 연설언론의 자유, 사람은 말하는 데서 동물과 구별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고 말했는데 내가 말하자면 “나는 말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98년12월18일 CBS창사기념식방송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고아고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99년11월12일 국민회의 원외위원장 청와대오찬국민 90%는 언론개혁을 말하고 있으나 언론이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
99년12월16일 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청와대오찬정치와 일부 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옷로비만 갖고 7∼8개월간 언론이 쓰고 있다
2000년11월3일 울산·부산시 업무보고일부언론이 상업주의로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숫자도 필요한 것만 인용해 지역감정과 국민위화감을 조장하고 있다
2001년1월11일 연두기자회견언론자유는 지금 사상 최대로 보장돼있다. 언론도 공정보도와 책임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대변인실은 이날 김대통령의 ‘언론 관련 발언록’을 공개하고 “김대통령은 지난 수십년간 틈만 나면 그럴듯한 말솜씨로 ‘언론자유’를 고창(高唱)하다가 집권한 후에는 숱한 실정과 권력비리의 책임을 비겁하게 언론 탓으로 전가했다”고 비난했다.

대변인실은 그 예로 김대통령이 96년 6월 아태민주지도자회의에서는 “언론자유의 제약으로 한국정치가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며 언론자유를 강조했으나 집권 후인 99년 12월에는 “일부 언론이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해 개혁실패를 언론 탓으로 돌렸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김대통령의 언론관은 한마디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감탄고토(甘呑苦吐)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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