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박스오피스]<캐스트 어웨이>는 결코 표류하지 않는다

  • 입력 2001년 2월 5일 19시 06분


제목과 달리 <캐스트 어웨이>(Cast Away, 표류하다)는 결코 "표류하지 않았다". 톰 행크스가 보여준 원맨쇼의 위력은 넓고도 강해서 함께 개봉된 나머지 영화들을 표류하게 만들었을 뿐 정작 자신은 국내 박스오피스 1위 자리에 무난히 안착했다.

지난 주말 <캐스트 어웨이>가 거둔 서울 흥행 수치는 약 12만5천 명. 이는 2위를 차지한 산악 액션영화 <버티칼 리미트>보다 무려 2배나 높은 흥행 수치다. 1월13일 개봉된 <버티칼 리미트>는 3주 째 내주지 않았던 1위 왕관을 <캐스트 어웨이>에 물려주고 '기분 좋게' 박스오피스 2위 자리로 내려앉았다.

당초 <캐스트 어웨이>와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던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판타지 멜로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아쉽게도 <버티칼 리미트>의 흥행 스코어마저 무너뜨리지 못한 채 박스오피스 순위 3위에 랭크되는 데 만족해야 했다.

<버티칼 리미트>가 지난 주말 거둬들인 흥행 수익은 약 5만1천 명이며 <번지점프를 하다>의 흥행 수익은 약 4만5천 명이다. 이로써 <버티칼 리미트>는 개봉 4주 째가 된 현재 서울에서만 약 71만 명의 관객을 모아 올해 최고의 빅히트를 거둔 영화로 기록됐다.

1월20일 개봉된 한지승 감독의 '신파 멜로' <하루>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다. 현재 18개 스크린을 확보중인 <하루>는 지난 주말 2만7천 명의 관객을 추가해 여태껏 약 22만5천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자 마음을 눈치챈 멜 깁슨의 재롱이 돋보이는 영화 <왓 위민 원트>도 장기전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비록 <버티칼 리미트>의 흥행에 가려 별 주목을 받진 못했으나 이 영화는 꾸준히 관객을 모아 현재까지 약 43만 명의 관객동원 기록을 세웠다.

그 뒤를 이어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가 지난 주말 약 1만4천 명의 관객을 추가해 현재까지 약 26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순위 4위에 랭크되어 흥행에 대실패하는가 싶더니, 이 영화는 기적적으로 살아나 장기 흥행에 돌입해 있다.

멕 라이언과 러셀 크로 주연의 <프루프 오브 라이프>는 완전히 스타 파워 덕분에 기사회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평단의 지독한 악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여태껏 17만5천 명의 관객을 모아 그럭저럭 체면을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명절표 영화'라는 닉네임이 붙은 성룡 주연의 <엑시덴탈 스파이>가 1만 명의 관객을 추가해 여태껏 약 16만 명의 관객동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설 연휴가 지난 현재, 이 영화의 위세는 점점 더 누그러질 듯.

벤 스틸러와 로버트 드 니로 콤비가 만들어낸 요절복통 코미디 <미트 페어런츠>는 주말 3천 명의 관객을 동원해 현재까지 약 2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것으로 분석됐으며, 마카로니 웨스턴 무비를 표방한 이지현 주연의 <7인의 새벽>은 2천명의 관객을 모아 흥행에 대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주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합성영화 <아바론>, 장 르노 주연의 프랑스식 블록버스터 <크림슨 리버>, 여성 감독이 연출한 여성에 관한 짧은 필름 <고추말리기>,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를 제치고 일본 흥행 1위에 등극했던 멜로영화 <생일선물> 등이 개봉되는 주.

그러나 아무래도 이들 영화는 오스카를 노리는 <캐스트 어웨이>의 위력을 무너뜨리기엔 다소 공력이 부족해 보인다.

황희연<동아닷컴 기자>benot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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