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찌꺼기 먹은 소 어디로]서울 가락동-음식점 유통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41분


음식물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사용해온 농가들은 “지금까지 소들에게 아무 문제가 없었다”면서 정부의 전량수매 방침에 반발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음식물찌꺼기를 사료화한 축산농가는 모두 5가구. 남양주시에서만 이들 사료를 먹고 도축된 뒤 시중에 유통된 소는 그동안 750여 마리에 이른다.

5개 농장 중 한 곳은 99년 말 문을 닫았고 3개 농장은 음식물찌꺼기 사료화 시범사업 축산농가이며 나머지 1개 농장은 남양주시가 농림지원 사업으로 사료화 기계설치를 지원한 축산농가로 지금도 음식물찌꺼기로 사료를 만들어 쓰고 있다.

▼농민들 "소에 문제없었다"▼

규모가 가장 큰 A목장은 98년 3월 인근 부대의 잔반(殘飯)을 수거한 뒤 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목장에서 가락동과 인근 음식점 등으로 유통시킨 한우는 대략 300여 마리.

성남시의 음식물찌꺼기 수거 재활용업체인 S건영으로부터 1차 발효된 음식물찌꺼기를 들여온 뒤 선별기를 통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옥수수 껍질 등을 섞어 섭씨 70도로 가열, 멸균 작용을 거친 뒤 소들에게 먹이고 있다.

선별기는 지름 1㎝가량의 구멍이 나있는 원형의 대형 ‘체’로 이 체에는 돼지뼈와 닭뼈를 비롯해 비닐, 돌, 이쑤시개 등 각종 이물질이 걸러져 있었다.

목장주는 “소들도 음 사료를 잘 먹고 잘 자랐으며 전혀 탈이 없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때 사료비용을 크게 절감해 목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B, C, D 목장 등 음식물찌꺼기 사료화 시범사업으로 지정됐던 다른 농장들도 비슷한 상황. 98년부터 음식물찌꺼기를 사료화한 B목장은 그동안 250여 마리의 소를 도축해 시중에 유통했으나 역시 소에게 이상이 생긴 적이 없다고 말했다.

B목장의 주인은 “선별기가 세밀해 이물질이 들어갈 리 없고 들어갔다면 소가 먹지 않거나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며 “해당 관청에서는 기계가 잘 돌아가는지 여부를 자주 확인했으나 사료화한 양이나 유통시킨 소의 규모를 파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C목장의 주인은 “정부가 언제는 나서서 음식물을 사료화하라고 해놓고 확인되지 않은 문제(광우병) 때문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전량 수매하겠다는 방침은 축산농 죽이기”라고 말했다.

한편 남양주시와는 달리 음식물찌꺼기 사료가 소들에게 맞지 않아 먹이기를 중단했다는 농장도 많다.

▼사료 수송도중 썩는 경우도▼

경기 안성시 미양면 보체리 율곡영농종합법인 이태용씨(41)는 “98년 음식물찌꺼기를 두 차례 받아 발효시킨 뒤 소에게 먹인 적이 있으나 소가 잘 먹지도 않고 소화도 잘 못시켜 그만두었다”며 “서울의 업체로부터 1차 발표된 사료를 받아 먹였는데 수송 도중 썩는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남양주·안성〓이동영·남경현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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