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뒤집은 건 러브 3세…페블비치 프로암 역전우승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8분


‘필드의 귀족’ 데이비스 러브 3세(37·미국)는 아마 ‘63’이란 숫자를 오래도록 기억할 듯 싶다. 마지막날 63타를 치며 63개 대회만에 믿기 힘든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5일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846야드)에서 끝난 미국PGA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총상금 400만달러)는 그의 ‘화려한 부활’로 대미를 장식했다.

3라운드에서 선두에 7타 뒤진 공동 14위로 4라운드에 들어간 그를 주목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관심은 온통 지난해 챔피언 타이거 우즈(미국)의 뒤집기 여부에 쏠려있던 게 사실.

이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은 러브3세는 1번홀 버디와 2번홀 이글에 이어 3번홀부터 7번홀까지 5연속 줄버디를 잡으며 신들린 듯 전반에만 8언더파 28타를 쳐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다. 선두그룹이 티오프하기 전에 초반부터 세게 몰아붙여 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이 맞아떨어진 것. 이날 9타를 줄인 러브3세는 최종합계 16언더파 272타를 기록, 비제이 싱(피지)을 1타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우즈가 펼친 역전드라마를 그대로 재연한 셈. 러브3세의 전반 9홀 스코어는 코스레코드. 4라운드 63타는 60년 대회사상 마지막날 최소타 기록이다. 러브 3세는 “우승을 못하는 동안 조금 실망하기는 했어도 좌절한 적은 없었다”며 “언제나 승리를 생각했고 그래서 다시 정상에 섰다”고 기뻐했다.

98년 4월 MCI클래식 우승 이후 62개 대회에서 준우승 7회, 3위 3회에 그친 그는 2년10개월만에 통산 14승째를 거뒀다. 우승 상금은 72만달러.

‘백인의 우상’ 러브3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티칭프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훤칠한 외모와 격조있는 매너로 귀족이라는 칭송까지 들으며 90년부터 98년까지 94년 한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1승 이상을 올렸다. 하지만 ‘온실에서 커’ 승부근성이 부족하고 메이저 우승은 97년 PGA챔피언십 1차례에 불과해 큰 무대에 약하다고 비아냥대는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34개월의 기나긴 무관의 세월 속에서 겪은 쓴맛은 그에게 새로운 자양분이 된 셈이다.

지난해 챔피언 우즈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합계 8언더파 280타로 공동 13위에 머물며 지난해 말부터 6개 대회 연속 무관에 그쳤다. 시즌 첫 ‘톱10’ 진입에 실패.

합계 5언더파 283타의 최경주(31·슈페리어)는 공동 27위. 최경주는 세계 톱랭커가 총출동한 이번 대회에서 3연속 컷오프 통과와 중상위권 성적을 거둬 미국 무대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페블비치 프로암 최종 성적

순위

선 수

스코어

1

러브3세(미국)

-16

272(71-69-69-63)

2

싱(피지)

-15

273(66-68-70-69)

3

미켈슨(미국)

-13

275(70-66-66-73)

브로니(미국)

275(68-69-65-73)

13

우즈(미국)

-8

280(66-73-69-72)

23

올라사발(스페인)

-6

282(71-76-67-68)

27

최경주

-5

283(68-72-72-71)

59

오메라(미국)

+1

289(73-70-70-76)

가르시아(스페인)

289(68-70-75-76)

72

파네빅(스페인)

+5

293(72-70-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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