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돌아온 록 밴드 '에메랄드캐슬'

  • 입력 2001년 2월 5일 18시 35분


록밴드 ‘에메랄드 캐슬’이 3집 ‘듀얼 마인디드(Dual Minded·이중성)’로 35개월만에 복귀했다.

긴 공백 동안 멤버의 절반(보컬과 기타리스트)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음악도 바뀌었다.

사운드는 이전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에너지가 넘쳐 70년대 펑크 밴드들을 연상시킨다. 특히 최근 록의 주류인 하드코어 흐름을 거스르고 정통 록을 추구하는 점에서 신선한 인상도 준다.

“유행을 좇기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게 록이기 때문입니다. 그게 우리의 색깔이자 차별성입니다.”(박지훈·25 베이스)

타이틀곡은 ‘파이어(Fire)’다.

강렬한 연주와 빈틈없는 사운드가 후련하다. 새로 영입한 보컬 김선형(20)은 카리스마는 다소 부족하지만 막힘없이 터지는 고음이 매력적이다.

‘파이어’의 가사는 이그러진 세상에 대한 공격이다.

‘절망의 숲을 지나 죽음의 늪으로/…탐욕한 자들 피는 강을 이루며/썩어서 또 썩어서 재만 남으리라/…’

처절한 절망과 죽음, 섬뜩한 표현 때문 인지 KBS MBC 등에서 심의가 나지 않았다. 가사를 쓴 박지훈은 “세상 곳곳의 탐욕을 처단하는 정의의 기사를 표현했는데 그런 의도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방송 때문에 가사를 고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음반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전반부의 수록곡 ‘파이어’ ‘폐허’ ‘타임’ ‘무죄’ 등은 세상에 대한 직설적 경고로 가득하다.

‘마지막 순간이 왔다/죽음의 고통보다 이별의 고통이 더하리라’(폐허) ‘그건 나 아냐 모두 없앨거야’(타임) ‘언제쯤 끝나는지 이 미친 세상’(무죄)

후반부는 멤버 개인들의 사연이 담긴 러브 발라드로 전반과 대조적. ‘그날’ ‘약속’은 박지훈의 것이고, ‘어게인’은 임현수(27·기타), ‘슬픈 고백’은 강상호(27·드럼)의 사연.

전 후반부의 구성이 다소 거리가 있으나 재미있다.

이들은 “선과 악의 이중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의 속성을 표현하기 위한 구성”이라며 음반 타이틀도 그런 이유에서 ‘듀얼 마인디드’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에메랄드 캐슬’은 1997년 데뷔한 뒤 1998년 3월 2집 등으로 록 팬을 확보해갔던 그룹. 이들은 “에메랄드 성은 진실을 지켜가는 기사들의 성(城)이자 록의 성”이라고 말한다. 18일 대학로 SH클럽에서 공연하며 3, 4월에 라이브 공연 무대를 3, 4회 준비하고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