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골프장/동진CC]"골퍼는 왕" 세심한 배려 흐믓

  • 입력 2001년 2월 1일 18시 34분


한번 가보면 다시 가고 싶은 골프장이 있고 그 반대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골프장도 있다. 나에게 동진CC(경기 이천)는 ‘겨울에도 따뜻한’ 골프장으로 언제나 다시 가고픈 마음을 갖게 한다.

지난해 초겨울. 1년여 동안 찾지 못했는데 평소 가깝게 지내는 지인들과 라운딩을 할 기회를 가졌다. 한동안 가지 못했기에 가슴까지 설레였다.

양지 나들목에서 꼬불꼬불 2차선 도로를 이용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골프장입구까지 4차선 도로가 새로 탁 트여있었다. 지인들과 차안에서 담소가 한창 무르익으려 하는데 이미 골프장에 도착해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만에 스코어를 내보자는 다소 긴장된 마음으로 1번 티그라운드에 도착하자마자 곱게 화장을 한 경기보조원들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권해왔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클럽하우스의 커피맛과는 차이가 있었다. 고구마와 군밤도 있어 이상해 물어보았더니 이렇게 해서 조그마한 성금을 모아 연말연시에 소년소녀 가장 등 불우이웃을 찾아가 선물을 나줘준다고 했다. 그때의 가슴뭉클함이란….

도전적이고 남성적인 록키코스와 아기자기하면서 여성적인 알프스코스가 각각의 특색을 마음껏 드러내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동진CC. 업다운이 있어 홀마다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장갑을 벗기까지는 아무도 스코어를 장담할수 없다.

특히 록키 6번홀은 저멀리 이천의 드넓은 평야가 훤히 바라다 보이고 탁트인 페어웨이는 저마다 생활에서 시달린 마음을 확 트이게 해 항상 기억에 남아 있는 홀이다.

16번홀쯤 되어 제법 추위를 느끼고 있는데 눈치빠른 캐디가 “따뜻한 차 한잔 드릴까요?”하면서 가지고온 보온병에서 녹차 한 잔씩을 따라준다.

세상에 그보다 향기로운 차가 어디 있으며 그처럼 아름다운 여인이 또 있을까?

라운드가 끝나고 지하 400m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로 목욕을 한후 마시는 맥주 한 잔은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씻어버렸다.

오랜만의 라운딩인 데다가 쌀쌀한 날씨로 스코어는 좋지 않았지만 맑아진 정신과 따뜻한 기분을 얻을수 있어 너무도 큰 만족을 느꼈던 하루였다. 내가 좋아하고 즐겨 찾는 이 골프장이 지난해 회원권 기준시가 상승률 전국 1위를 했다니 ‘이유있는 1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동균(고합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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