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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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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외교통상부의 반응이다. 당국자는 “공직에 아직 임명되지 않은 민간인이 사석에서 한 얘기일 뿐”이라고 일축하고 “‘햇볕정책’이란 표현은 공식적으로 안 쓴 지 오래됐고 지금은 대북 포용정책이라고 쓰며 미국도 포용정책을 지지한다”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부시 행정부인들 대북 화해 포용정책에 반대하겠는가. 그들인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를 원하겠는가.
그러나 외교부는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거나 아니면 애써 무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용어가 아니다. “햇볕정책이란 용어를 쓰지 말아 달라”고 한 발언에 숨어있는 함축적, 상징적 의미다.
햇볕정책이란 무엇인가. 대북 화해 포용정책의 또 다른 이름이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대북 정책의 철학이 모두 여기에 담겨 있다. 김 대통령도 햇볕정책을 가지고 노벨평화상을 탔다. 국민 모두는 그렇게 믿고 있다. 햇볕이니 포용이니 이론적으로 따질 일이 아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국민정서의 문제다.
그런 햇볕정책에 대해서 부시 행정부에서 한반도문제를 총괄할 당사자가 “쓰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김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취임도 하지 않은 민간인의 말”로 치부했다. 그래도 되는 것일까.
“미 정권교체기에 워싱턴의 먼지가 가라앉으려면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세계 각국은 그 뿌연 먼지 속에서 이미 뛰고 있다.” 현홍주(玄鴻柱) 전 주미대사의 말이다.
그 정도까지 기대할 수는 없다고 해도 외교부는 적어도 아미티지 내정자를 만났던 사람들을 불러 직접 얘기를 들어보려는 겸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 한다.
부형권<정치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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