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박지은 "매워졌네"…뒤심부족 오명 탈피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3분


최종 라운드를 1타차의 공동 선두로 출발했지만 우승을 장담하기는 힘들었다.

페어웨이 적중 6회(43%)에 그린적중 6회(33%)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챔피언조’로 나선 대회에서 단 한번도 우승을 놓쳐본 적이 없는 박지은(22)은 최강 캐리 웹(호주)에 단 한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완승을 거두는 강한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박지은 우승

박지은의 환상적인 드라이버 샷 연속사진(sbs 화면촬영)

지난해 8승을 거둔 웹이 불과 1타차의 격차를 좁히지 못할 만큼 박지은은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레귤러온(일명 파온)에 실패한 홀에서는 어김없이 ‘버디보다 값진’ 파퍼팅을 성공시켰고 8, 9차례 빠진 벙커는 결코 장애물이 아니었다.

웹이 14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1타차로 따라붙은 상황에서 박지은이 승부처인 16번홀에서 보여준 침착한 플레이는 이날 라운딩의 백미.

박지은은 티샷과 두 번째 샷이 잇따라 벙커에 빠진 위기에서 벙커샷으로 홀컵 60cm 지점에 3온시킨 뒤 무난히 파세이브해 웹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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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의 벙커샷이 홀컵에 바짝 붙자 의기소침해진 웹의 2m50짜리 버디퍼팅은 홀컵을 비켜갔고 여기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뒷심이 약한 것 아니냐’는 혹평을 받았던 박지은이 이토록 달라진 것은 뼈를 깎는 6주간의 동계훈련 덕분. 박지은이 이날 기록한 총 퍼팅 26개(홀당 1.44개)는 실력보다는 동계훈련으로 다져진 강한 정신력의 소산이었다. 지난해 8월 갈비뼈 근육부상으로 다 잡았던 신인왕 타이틀을 놓친 박지은은 절치부심 2001시즌을 준비했다.

12세 때 미국으로 골프유학을 떠나 통산 61승(아마추어 55승, 2부투어 5승, LPGA 1승)을 올린 지난해까지 박지은이 그토록 연습에 몰두한 적은 없었다.

‘헝그리정신이 부족하다’ ‘실력보다 과대포장됐다’는 비아냥도 감수해야 했던 박지은에게 이번 우승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자신감을 되찾은 것.

이번 대회 톱10에 랭크된 선수 중 가장 긴 드라이버샷(평균 255.5야드)을 날릴 정도로 특유의 장타력을 과시한 박지은은 이번 대회에서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쇼트게임과 퍼팅도 언제든지 정상을 노크할 수 있는 수준임을 선보여 남은 시즌 전망을 밝게 했다.

남은 과제는 드라이버샷의 정확도를 높이고 기복 심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완하는 것. 천재성에 노력이 가미된다면 프로 데뷔 당시 1000만달러를 호가했던 ‘몸값’을 다시 회복하는 것은 시간문제. 게다가 ‘명예의 전당’ 입성을 향한 롱런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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