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미술관 안 레스토랑 "美感-味覺 동시만족"

입력 2001-01-28 18:44수정 2009-09-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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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 레스토랑’에 도시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근사한 화랑이나 전시장 등 문화 공간안에 더 근사한 식당들이 자리잡고 있어 ‘미각(味覺+美覺)’이 살아 숨쉬는 ‘문화미식(文化美食)’ 공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나 미국 등지에도 커피나 빵 정도를 파는 카페테리아가 함께 있을 뿐, 우리나라의 이처럼 독특한 시설 구성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물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내에 지난주 문을 연 정통 인도식당 ‘달(Dal)’. 4명이나 포진한 인도 주방장들의 면면도 그렇지만, 인도 앤티크(Antique·골동품)인 실내 분수대와 그 안에 띄워져 있는 새빨간 장미 꽃잎, ‘뭄바이 핑크’가 조금씩 채도를 달리하며 의자 테이블 벽지를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인도적’이다.

‘탄두’라는 긴 꼬챙이를 사용, 바비큐 맛이 흠씬 배는 것이 이곳 음식의 특징이다. 2만원대 안팎의 ‘탄두르 카바샤(매운 양념의 치킨요리)’ ‘칼릭난(일종의 마늘빵)’ ‘무르그라자왑(양고기커리)’ 등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콜라 와인도 있지만 ‘라이타’같은 전통 요거트를 음료로 먹으면 소화도 잘된다.

흰색 녹색 푸른색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어두운 조명으로 구성된 인테리어는 요리를 깊이 음미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손님들의 ‘명상 활동’까지 도와준다.

회화 작품들이 실내에 전시돼 있고, 도심 속 한갓진 주변 경치들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독특한 시너지 효과를 연출하는 곳도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내에 있는 유럽풍 레스토랑 ‘빌(Wil)’, 야외 테라스 ‘카페 모뜨’,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내에 있는 ‘더 레스토랑’이 대표적이다.

‘빌’에는 피카소의 판화와 샤갈의 추상화, 헨리 무어의 조각 작품들이 벽 한구석을 장식하고 있으며 평창동 주택가와 멀리 북한산 끝자락의 경계마저 시야에 담아낸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더 레스토랑’은 아예 갤러리와 경계가 없다. 작품 감상의 마지막 코스가 ‘음식 감상’인 셈. 3만∼5만원대의 정통 프랑스요리 이탈리아 요리, 그리고 120여종의 와인이 그 대상이다.

삼각산 인왕산 팔각정 경복궁을 바라보는 창가쪽 자리말고도 밖을 투영하는 대형 거울을 설치해 밖을 등진 자리에서도 외부를 감상할 수 있다. 백색 벽지에 저녁 해질녘 붉은 기운이 감도는 때가 이 곳이 자랑하는 ‘절정’의 순간이다. 조형예술가 채미현의 ‘레이저 반딧불’이 식사 도중 반짝이는 등 현대 화가들의 회화 작품들이 두루 걸려 있다.

정찬메뉴가 조금 불만이라면 2월 15일까지 ‘장욱진 10주기 회화전’을 갖는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 현대’도 좋다. 카페테리아 ‘파빌리온’은 커피 케이크 과자 등을 판매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식사를 하면 영화 얘기를 하듯 예술 작품을 감상한 뒤에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올리게 되죠.”

가나아트센터의 김종화 이사는 일상적인 대화 패턴을 탈피시켜 찾아오는 가족들로 하여금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상의 이점’을 ‘미술관 안 레스토랑’의 최대 효용으로 꼽는다. 비슷한 인테리어를 도입한 서울 강남의 일류 음식점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이와 넓이’가 있다는 뜻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옛말처럼 음식과 예술은 우리 민족에게 더 유기적으로 다가오는 개념이다.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 피가로’는 얼마 전 “최근 한국의 화랑들에는 전시장과 동일한 공간에 우아한 레스토랑이 자리잡으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새로이 자리잡은 한국의 ‘문화 미식 공간’을 비중있게 소개한 바 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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