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주가/상한가]남남북녀가 드리는 설날 선물

  • 입력 2001년 1월 23일 10시 34분


사랑에는 이념도 국경도 없다지만, 이들의 결혼은 모든 사람의 축복울 받기에 충분하다.

그동안 탈북자간의 사례는 가끔 있었지만 탈북자가 통일부직원과 결혼하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북한이탈 주민 안영희씨(30·여)와 통일부 직원 김창성(42)씨. 두 사람은 작년3월 탈북자 정착기관인 '하나원'에서 선생님과 피교육자 관계로 처음 만나 사랑을 키워왔다.

하나원에서 퇴소한 안씨가 논산에서 허드렛일로 힘든 삶을 꾸려갈때, 김씨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게 사랑을 키우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안씨가 12살 연상인 김씨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김씨 역시 "하나원 내부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고 나 스스로도 탈북여성과의 결혼을 생각하지 못했다"며 결혼을 결심하기 까지 남모를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내달 3일 평북도지사의 주례로 백년가약을 맺는다. 안씨는 지금 "서양사람들이나 입는 줄 알았던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게 된다"며 들떠 있는 상태.

그러나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북녘의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져 온다.

안씨는 96년 1월1일 중국인들과 생필품을 몰래 거래하다가 적발되자 부모님과 남동생 둘을 남겨놓고 혼자 북한땅을 떠나야 했다. 당시 그녀는 압록강변 어느 도시의 유아학교 교사였다.

두사람은 온 국민에 멋진 설날 선물을 준 셈이다.

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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