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아빠 사자와 행복한 아이들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47분


◇아빠 사자와 행복한 아이들/야노쉬 글 그림 문성원 옮김/48쪽 6000원 시공주니어

휴일을 맞아 놀이공원이나 유원지에 가 보면 아빠가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행복해 하는 아이 얼굴에 비해 아빠들의 얼굴 표정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피곤하고 지친 모습이 대부분이다. 아내와 아이의 채근에 하는 수 없이 끌려온 듯하다. 그러나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가장들의 힘겨움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무턱대고 ‘아빠사자’처럼 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아빠 사자와 행복한 아이들’에 나오는 아빠 사자의 직업은 전업 주부(?)다. 엄마 사자가 일터에 나가 일을 하는 동안 아빠 사자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집안을 정리하고, 아이들을 돌보느라 분주하지만 진정으로 그 일을 즐기기에 행복하다. 물론 엄마 사자 역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능력도 갖추고 있는 커리어우먼이다.

아빠 사자는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 아이들의 바람은 예컨대, ‘선장이 되어 배를 타고 먼 나라를 여행하는 것’, ‘우주인이 되어 은하수를 건너는 것’, ‘차표 없이 전차를 타 보는 것’, ‘창문 밖으로 오줌을 누는 것’ 따위다. 아빠 사자는 그것은 위험하다느니, 불법이라서 안된다느니 하는 말들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아빠 사자는 자신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이 다시 어린 아이처럼 장난치고 싶은 유혹을 불렀을까? 집안 정리를 마친 아빠사자는 쓰레기를 옆 집 마당에 묻는다. 그것을 탓하는 옆 집 아저씨가 아빠 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작게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면, 마치 아이들에게 늘 지적만 하려는 우리네 부모들을 보는 듯 하다.

혼자 있고 싶다며 쌀쌀맞게 쏘아붙이는 아이의 말에 마음의 상처를 입고 뒤돌아서 눈물을 흘리는 아빠 사자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어른이 되어 가면서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여린 마음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덩달아 어렸을 적의 소중한 기억까지도 지워버리는 것은 아닌지….

작가의 설교투 문장 때문에 거슬리는 곳이 있긴 하지만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들과, 아무런 생각 없이 그것에 길들여져 가는 아이들에게 진짜 행복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 초등학교 저학년용이지만, 늘 바쁘기만 한 엄마와 아빠가 모처럼 둘러앉아 함께 보면 좋겠다.

오혜경(주부·36·서울 강북구 미아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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