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 감독, 대표팀 고사 참석

  • 입력 2001년 1월 19일 18시 28분


19일 오전 서울 타워호텔 광장. 돼지머리와 북어, 시루떡이 차려진 상 앞으로 정장 차림의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다소 어색한 걸음으로 다가섰다.

이날 행사는 현대자동차에서 기증한 국가대표팀 전용버스 기증식을 겸해 무사운행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가진 고사. 전날 축구협회 통역으로부터 한국의 고사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는 종교가 없어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지만 조중연 협회 전무 등이 돼지머리를 향해 절하는 모습이 여간 낯설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구두끈을 풀고 멍석 위로 올라간 히딩크 감독은 절은 하지 못했다. 고질인 무릎 통증 때문에 엎드릴 수가 없었던 것. 히딩크 감독은 절을 하지 못하는 게 미안한 듯 조전무에게 “두바이대회가 끝나면 10일간 병가를 내 무릎 치료를 해야겠다. 다만 30일간의 정기 휴가에 병가는 포함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히딩크 감독은 대신 홍명보가 따른 잔을 건배하듯 들어올린 후 “깜짝 선물(Suprise)”이라는 말과 함께 돈 봉투를 돼지 입에 끼워 넣었다.

대표팀 버스는 물론 전체 대표팀의 ‘안전운행’까지 기원하는 의미임을 아는 듯 히딩크 감독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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