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다시뛴다]박현주 미래에셋의장 "악몽 다시는 없다"

  • 입력 2001년 1월 12일 20시 48분


작년 주식시장 침체로 많은 투자자들이 고개를 떨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박현주의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99년 펀드투자자들은 최고 95%의 수익률을 올려준 박의장을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그러나 작년 말 그는 빚쟁이에게 시달리는 채무자와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박의장의 얼굴에는 다시 자신감이 돌아왔다. 박의장은 “펀드투자자들에게는 미안하다는 말 이외에 할 말이 없다”면서도 “작년에 우리가 모자랐던 점을 고쳐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박의장은 최근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본인은 경영 최일선에서 한걸음 물러났다. 자산운용 등 계열사의 관리와 운용부문을 나눠 각각 2명씩 대표이사를 두었다. 박의장 본인은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사회의장으로 전략경영위원장을 함께 맡았다.

박의장은 “각 계열사의 의사결정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며 “계열사별 대표이사들이 내린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1인 지배체제’가 문제가 많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에 설령 계열사의 결정사항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참겠다고 다짐했다.

또 박의장은 ‘젊은 사장’들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의견대립을 조정하도록 경륜 있는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할 생각이다. 증권사의 경우 부회장의 선임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박의장 자신은 자산운용사의 리스크관리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운용사의 펀드 비중도 개편해 나가고 있다.

‘미래에셋은 주식형펀드’라는 공식을 깨고 채권형과 주식형펀드의 비중을 7 대 3으로 맞출 계획이다. 주식형은 변동성이 워낙 커 운용을 아무리 잘해도 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반성이 작용했다.

박의장은 특히 “미래에셋 금융그룹은 앞으로 고객의 종합자산관리 전문회사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신상품의 도입으로 증권업계가 큰 폭의 구조조정을 겪을 것에 대비하겠다는 발상이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펀드상품을 팔거나 고객들의 사이버거래를 지원하고 자산운용은 뮤추얼펀드와 랩어카운트 운용을 맡으며 투신운용은 수익증권 운용을 전담하는 ‘3각 체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박의장은 “올해 증권업계는 누가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래에셋이 제2의 창업을 한다는 각오로 내실을 다지고 무엇보다 젊은 인재들을 키우는 데 가장 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