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사자들 앞에서 선거운동 해봐

  • 입력 2001년 1월 11일 17시 09분


짐바브웨 경찰이 13일 실시되는 비키타지역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운동원들을 체포해 맹수들이 우글대는 야생동물원에 내다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짐바브웨 제1야당인 민주변화운동(MDC)은 경찰이 9일 13명의 야당운동원들을 붙잡아 강제로 트럭에 태운 뒤 사자와 맹수들이 우글거리는 야생동물원에 갖다 버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야당운동원들을 고나레추 야생동물원에 1,2명씩 따로 따로 유기(遺棄)했으며 "선거운동이 그렇게 좋으면 사자들 앞에서 운동해봐라"고 야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한 경찰은 총부리를 겨눈 채 "정글쪽으로 달려가라"고 윽박질렀다는 것.

현지어로 '코끼리 궁전'이란 뜻의 고나레추 야생동물원은 사자 코끼리 물소 등이 우글대며 관광객들은 반드시 무장경호대와 함께 여행하도록 돼있다.

유기된 운동원들은 공포 속에 떨다가 나중에 따라나선 시민들의 트럭에 한두명씩 구조됐다. 야당은 관련자들을 납치와 살인미수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해 6월 총선에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 이끄는 아프리카 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이 전체 120석 중 63석을 차지, 겨우 반수를 넘긴 상태며 총선 후유증으로 최소 32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집을 잃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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