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제2 재닛 리' 꿈꾸는 고3 김가영양

  • 입력 2001년 1월 11일 01시 22분


“골프로 세계챔피온이 된 김미현, 박세리언니처럼 저도 포켓볼로 세계챔피온이 될래요.”

8일 오전 11시반. 인천 동인천역 앞 ‘김가영포켓클럽’에서 김가영양(17·문학정보고 3년)이 포켓볼을 노려보며 심호흡을 하고 있다. 김양은 보통 큐를 잡으면 4시간 가량 쉬지 않고 연습한다.

김양은 2월에 고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다. 대신 3월경 미국으로 건너가 ‘제2의 재닛 리’가 되기 위한 ‘장정(長征)’에 오른다. 일명 ‘흑거미’로 불리는 ‘재닛 리’는 재미교포 출신의 세계적인 여자 프로 당구선수.

그녀는 고교 재학중인 98∼99년 월드챔피온쉽대회에서 16강에 진출했고 지난해 7월 ‘대한 스포츠당구협회’가 주최한 ‘아리랑 2000 국제 POOL 9 BALL 최강전’에서 1위를 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동경에서 열린 ‘UCC배 월드우먼 챔피온쉽’에서는 세계 26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20여년째 인천 남구 용현5동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으로 큐를 잡았다. 4구 당구로 700점 정도를 치는 김양이 포켓볼로 돌아선 것은 중학교 2학년때인 96년 ‘인천 당구 최강전’ 여자 포켓 대회를 준비하면서 부터였다.

대회 하루전 처음으로 포켓볼을 2시간 정도 연습한 뒤 출전, 1등을 차지했다. 아버지 김용기씨(51)는 이때부터 “이왕 시작한 이상 세계 챔피온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은 나이에 포켓볼에만 매달리기가 쉽지 않았다.

“연습을 많이 했는데 게임이 잘 안풀리거나, 게우름을 피우다 아빠에게 무섭게 혼이 날때에는 다 그만 두고 싶었어요.”

김양은 그런 자신을 다시 당구대 앞에 불러들인 것은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당구에 투자한 시간과 애정이 깊어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았어요. 기왕 시작한 것이니 ‘끝’을 봐야하지 않겠어요.”

김양은 미국 진출에 대비해 지난해 10월부터 영어회화학원에 다니고 있다. 미국으로 건너가면 우선 아마추어로 출발해 현지생활에 어느정도 적응한 뒤 프로로 전향할 계획.

세계 선수권 시합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배짱을 타고 났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녀는 “공부는 ‘꼴찌’였지만 포켓볼 만큼은 ‘세계 최고’가 될 자신이 있다”고 활짝 웃었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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