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박종철군 14주기 '남영동 위령제' 끝내 못여나

  • 입력 2001년 1월 7일 17시 57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보안분실(구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고 박종철(朴鍾哲)씨의 14주기(14일) 위령제가 열릴 수 있을까.

박씨의 유족은 87년 물고문을 받다 숨진 박씨의 위령제를 ‘고문 현장’인 이곳 509호에서 갖고 싶다고 지난해 말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유족과 박종철기념사업회(회장 김승훈 신부)는 지난해 11월 경찰이 1억6000여만원을 들여 보안분실을 보수하면서 509호만은 “경찰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보존하겠다”고 하자 이에 고무됐던 것.

그러나 경찰은 6일 “보안분실은 지금도 대공업무를 하는 국가 보안시설이어서 일반에 공개할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박씨의 유족은 7일 “거창한 집회도 아니고 유족 등 10여명만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는 간단한 위령제만 갖겠다”는 간곡한 뜻을 다시 전했고, 이에 동의하는 몇몇 국회의원들까지 경찰에 같은 ‘청탁’을 했지만 경찰은 요지부동 상태.

기념사업회 김찬훈(金燦熏)사무국장은 “유족들의 조촐한 위령제조차 막으면서 어떻게 그 방을 ‘역사적 교훈의 장소’로 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시간이 남아 있으니 최대한 경찰을 설득해 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끝내 위령제를 허락하지 않을 경우 사업회측은 14일 대공분실 앞에서 위령제를 치를 예정이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