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있다]"기업 경영권 부자 세습 안될 말"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 완전 사임

입력 2001-01-04 19:38수정 2009-09-2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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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벤처기업의 대표주자인 미래산업 정문술(鄭文述·63·사진)사장이 4일 전격적으로 기업활동 은퇴를 선언했다.

정 전사장은 이날 서울 강남사옥에서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기업의 경영권은 세습되어서는 안되며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소신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직책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사진이 회장 혹은 명예회장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를 고사했다. 그와 함께 미래산업을 창업했던 백경규 부사장도 이날 후진양성을 위해 동반 사임했으며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전문경영인인 장대훈 부사장이 선임됐다.

정 전사장은 “공식 직책을 일절 맡지 않지만 ‘상담역’으로 한시적인 경영자문을 할 예정”이라며 “그러나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거나 관여하는 일은 일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이날 이사회 직후 본보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은퇴 배경과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

그는 “(미래산업의) 주가가치가 지난해 초에 비해 87%나 폭락했다.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느낀다. 상황이 최악일 때 경영권을 넘기는 게 후계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부담은 내가 떠안고 갈 것이다. 이제부터 전문경영인이 성장을 이끌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3일 저녁 두 아들에게 은퇴결심을 밝히자 “경영권을 상속해주는 것보다 깨끗이 물러나는 정신적 유산이 몇 곱절 더 크다”며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거창한 뜻을 품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18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강제해직을 당한 뒤 먹고살기 위해 시작했을 뿐”이라면서 “그러나 끝마무리는 누구보다 멋지게 하겠노라고 다짐하며 지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20년간 돈버는 일에 몰두했으나 앞으로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는 모델을 만드는 데 바치겠다”면서 “일회적이거나 소모적인 자선과 기부가 아닌 지속적이며 ‘생산력’을 갖는 기부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정 전사장은 80년 중앙정보부 과장을 끝으로 18년 공직생활을 마친 뒤 83년 미래산업을 창업, 99년 나스닥에 상장했고 인터넷 포털서비스인 라이코스코리아 대표를 맡는 등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펴왔다.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최우량기업상과 한국의 경영자상(98년)과 새천년 지식경영최고 CEO상(2000년) 등을 수상했다.

<최수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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